곡절 많을 새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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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의 집권 자민당이 18일의 중의원총선거에서 과반수에도 미달되는 참패를 당해 이른바 「여야백중시대」를 맞음으로써 일본정국은 격랑의 새로운 출발을 하게됐다.
자민당은 개표가 끝난 19일 하오 보수계 무소속 당선자 8명을 재빨리 영입, 소속의원을 2백58명으로 늘려 과반수(2백56명) 선은 넘겼으나 2백85명의 절대다수로 국정을 요리하던 이제까지의 안정된 국회운영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자민당은 76년의 이른바 록히드선거 때도 2백49석, 79년엔 2백48석을 얻는데 그쳐 두번 모두 무소속의원을 영입, 과반수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야백중상태에서 「일본정국은 정당·파벌간의 이합집산으로 끊임없는 파란을 겪었으며 마침내 자민당 내부의 「40일 항쟁」(79년), 「오오히라」(대평정방) 수상의 죽음과 중삼동시선거(80년) 등 기록을 남기게 했다.
이번에 재현된 여야백중상태는 자민당내의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문제를 둘러싼 주류·비주류의 대립, 중도야당의 대두, 혁신계의 신장 등으로 수상지명문제부터 파란을 예고하고 있으며 예산심의 등 앞으로의 국회운영에서도 적지 않은 격동이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을 심의할 특별국회의 예산위원회는 자민당수로 여야의 세력이 역전 될 뿐 아니라 18개 상임위원회중 4개 이상의 위원회에서 위원장포스트를 야당에 넘겨 주어야할 형편이다 (소속당의 의석비율로 배분하나 의원숫자가 모자라기 때문임). 자민당이 예산위원회를 지배하려면 2백61식 이상이 돼야한다.
또 자민당내 사정도 복잡하다. 비주류의 「고오모또」(하본민부) 전경제기획청 장관은 『진퇴문제를 포함, 「나까소네」수상이 선거패배의 책임을 명백히 해야한다』고 사실상 수상의 퇴진요구를 하고 있고 「후꾸다」파도 『「다나까」문제에 수상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를 지켜보아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나까소네」수상의 「다나까」파와의 결별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63석이 확보(무소속영입 포함)한 「다나까」파의 당내에서의 세력은 오히려 신장됐으며 더 큰 발언권을 갖게됐다.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 측이 「다나까」파와의 결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나까소네」수상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야당은 공명·민사·신일갑구락부·사민련 등 이른바 중도 4당이 해산전의 78석에서 일거에 1백7석으로 세력을 확대, 보수·혁신에 맞설 수 있는 중도세력을 형성하고 자민당내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중도 4당은 정강정책면에서 자민당과 연합전선형성이 가능한 만큼 자민당의 단독국회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 언제든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민사당은 이미 자민당과의 제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까소네」 수상은 우선「다나까」파가 차지하고 있는 당간사장·관방장관 자리 등을 비주류파에 양보,당내 협조체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이나 이 같은 타협이 순조롭지 못한 경우 중도야당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비주류가 중도야당과 손잡고 「나까소네」수상을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일본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암중모색의 단계에 있다고 봐야한다.
다만 재계에서 자민당내의 분열과 항쟁을 우려, 돈줄을 가지고 협력체제구축을 위한 압력을 가하고 있고 자민당 내에서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79년의「40일 항쟁」과 같은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어서 곡절을 겪더라도 결국 「나까소네」2차 내각이 출범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
간사장등 인사문제에서 타협이 이루어지는 경우 간사장에는 「아베」 (안배진대낭·복전파) 외상, 그리고 부총재로「고오모또」전경제기획청장관을 맞는다는 추측 등이 나오고 있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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