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현정부 들어 가장 돋보인 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번 회담은 크게 한.미동맹의 미래비전과 9.19 북핵 공동성명 이행 합의,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세 가지 이슈에 집중됐다.

동맹의 미래비전에 관해선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통해 상호 합의된 입장을 강조, 동맹 균열 논란을 잠재웠다. 또한 '동맹.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를 장관급 레벨로 출범시키기로 합의, 한.미동맹 관계를 과거의 군사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포괄적 성숙 동맹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국방장관들 간의 회담인 한.미안보협의회(SCM)와 함께 외교장관들 간의 전략협의체가 가동되게 되면 한국과 미국은 동맹 현안의 관리뿐 아니라 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논의하는 종합적 틀을 갖게 된다.

북핵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통해 핵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다"고 재확인해 '9.19' 6자회담 4차회의의 '북핵 공동성명 이행합의'를 위한 긍정적 모멘텀을 더욱 강화시켰다.

여기다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과 6자회담이 상호 보강되기를 기대한다"는 문구는 북.미, 북.일 간 양자 관계 정상화 협의가 향후 활발해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낳게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처럼 참여정부 출범 후 가장 좋은 모습과 결과를 내놓았다. 탈냉전 후의 동북아에서 한.미 간에 과거에 생각할 수 없었던 복잡다단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국익의 우선 순위와 방법론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보여준 것처럼 두 나라가 함께 해결한다는 원칙과 우호적 정신으로 접근하면 동맹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모처럼 조성된 우호적 분위기가 깨지지 않도록 양국이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