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방사의 보고 일제때읍지 사장|,풍물·지리등 내용 풍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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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풍물·지리와 지방사연구의 중요자료인 읍지들이 먼지속에 묻힌채 재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중앙정부 중심 연구에서 최근 지방에 관한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이들 읍지가 지니는 자료적 가치는 새로운 인식을 받고있다.
이 점에서 일제때 전국적으로 수집·편찬돼 지금까지 묻혀있는 다량의 읍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이 분야연구에 큰성과가 기대된다. 왜냐하면 이 읍지들은 조선시대에 편찬돼현존하는 많은읍지들보다 훨씬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종학씨(충무공연구가·.수원거주)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당시 읍지를 수집·편찬한고을은 3백50개 고을로 전국이 거의 망라돼있다.
3군데에 나뉘어 소장돼 있는데 소장된 읍지수는 국사편찬위원회가 5백20권, ,연세대도서관이2백45권, 서울대도서관이 21권으로 모두 7백86권. 조선총독부 중추원이 한번에 1∼3벌씩등사해낸것을 나누어 보관하고 있어 세곳에서 모두 소장하고 있는 읍지들도 일부 있으나 한군데만 소장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연세대도서관엔 관동(강원도)지방이 모두 빠져 있으며 서울대도서관에 있는 21권은 모두 영남(경상도) 지방것이다.
보존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 국편과 서울대것은 등록이 돼있으나 연세대도서관것은 아직미정리 상태.
이전에 잔존하던 읍지를 토대로 해서인지 내용이 아주 풍부하고 상세한 채색지도까지 첨부하고 있다. 색인엔 편찬된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대조해본 결과 빠져있는 곳도있다.
호남의 남원·영암, 관동의 회양, 관서의 평양·철산등이 그예.
1938년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조선구관제도조사사업개요』를 보면 읍지수집·편찬의 내력을 이렇게 적고있다.『조선 각 군읍지는 참사관분실 보관분및 내무부에서 인계받은 것을모아 정리했고 그 부족분에 대해선 각 도에 통첩해서 등사했거나 직원이 출장, 찾아낸것을등사했으며 읍지중 간략한 것은 다시 정밀히 탐사, 등사해 거의 완비했다.
읍지들은 그 고을의 연혁·호구·군사·교통·통신은 물론 학교·인물·고적·풍속및제반행정·경제·사회제도까지 망라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원래 읍지는 1차적으로 지방관읍 치정의 자료가 됐기때문에 일종의 행정사례집이라고도 할수 있다. 따라서 읍지는 우리의 역사를 연구하는데 기본이 되는 사료다.
그럼에드 불구하고 지금까지 읍지가 한국사연구에 소중하게 이용되지못한이유는 읍지가 단순히 지리서로서해제됐을뿐 아니라 학자들에게활용되도록 정리·소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현종국사편찬위 위원장은 역사연구에서 지방사 연구의보완적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아직은 지방사 연구만을 전문적으로 할수없는것이 학계의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읍지를 포함한 지역별 자료를 수집·정리해내는 작업이 바로 역사연구를 한단계 높이는 길임을 지적, 현재 국편이 그 기초작업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아뭏든 「우리것」을 캐는 관심이 고조되는 이때 이들 읍지들이 소수 학자들에 의해서만 부분적으로 이용될것이아니라 번역·영인작업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널리 활용되는 길이 열려야 할 것이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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