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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 기자의 오늘 미술관] 두 풍경

중앙일보

입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브리, 5월, 1968.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
마이클 케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한 오마주, 1993. [사진 공근혜갤러리]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시골길을 찍은 두 사진이다. 위의 것은 ‘결정적 순간’으로 이름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이 1968년 찍은 ‘브리, 5월’이다. 브레송의 대표작 ‘생 라자르 역 뒤에서’에 비하면 심심할지도 모를 풍경 사진이다. 물웅덩이를 막 뛰어넘으려는 남자를 포착한 그 사진의 리드미컬한 균형과는 또 다르다. ‘찰나의 미학’에서 해방된, 풍경 사진가로서의 브레송을 보여주는 이미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생 라자르 역 뒤에서, 파리, 1932. ⓒ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

아래 것은 영국의 마이클 케나가 93년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브레송이 아니었어도 거기 있었을, 그리고 25년간 ‘비슷함’을 유지하고 있는 풍경이지만 원작자에 대한 경의를 담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한 오마주(Homage to HCB)’라는 제목을 붙였다. 풍경 사진가인 케나는 브르타뉴 지방을 다니다가 이 가로수길을 발견하고는 ‘브레송도 이랬겠구나’ 하며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들었다. 25년새 길은 포장됐고, 케나의 카메라에는 나무 저 너머의 빛이 담겼다.

◇전시정보
▶10주기 회고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영원한 풍경= 3월 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 일반 1만2000원. 02-735-4237.
▶흔해빠진 풍경 사진전= 배병우, 마이클 케나 2인전. 3월 8일까지. 서울 삼청로 공근혜갤러리. 02-738-7776.

권근영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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