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 번갈아 노랫말·곡 지어…자작곡 부르는 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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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성환 대홍초교 어린이들. 학교 최고 인기곡인 조수영양 작사의 ‘줄넘기’ 를 노래하고 있다.

어린이들 시에 교장이 곡을 붙이고-. 또 학생은 교사가 지은 노랫말로 곡을 만들고-.
학생들이 교과서 동요보다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즐겨 부르는 시골학교가 있다.
천안 성환 수향리의 대홍초교. 동요작곡가인 이성진(57)교장은 "우리학교 아이들은 유행가를 흉내 내지않고 자작곡을 더 열심히 부른다"며 기뻐했다.
"줄넘기를 많이 해서 줄넘기의 왕이 되자. 줄넘기를 못하는 사람을 가르쳐 주자 … ."

최고 인기곡은 1학년 조수영(7)양 작사의 '줄넘기'. 이 교장이 순수한 아이들 마음이 그대로 나타난 노랫말이 좋아 지난 6월 곡을 썼다. 이 교장은 또 '자전거를 타고 씽씽 가을속으로 들어가 보자'로 시작하는 이세화(10.4학년)양의 동시 '자전거'에도 곡을 붙였다.

교사만 작곡하는 게 아니다. 학생 작곡가도 여럿 있다.

이재창(11.5학년)군은 8월 천안 초등학교예능경연대회서 동상을 수상한 곡 외에 2곡이 더 있다.

"학교로 가는 길 너무 행복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 … ." 김진석(39) 교무부장의 동시 '학교 가는 길'에 곡을 붙여 전교생 사이 애창되고 있다. 이군은 "내 노래가 교장 선생님이 작곡한 '줄넘기' 인기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홍초교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40분부터 30분간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3월 부임한 이 교장이 획일적인 운동장 조회를 없애고 마련한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다.

학년마다 돌아가며 두세 명 학생이 장기 자랑을 하고 그 모습이 전 학급 내 TV에 중계 방송된다. 모두들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출연 대기자가 줄을 선 상태다.

이미 전교생 절반이 이 프로그램에 '데뷔'했다. 게그, 자작시 낭송,동화 구연, 악기 연주 등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보여 줄 수 있다. 한 학년에 한 학급씩뿐인 전교생 161명의 '작은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출연 내용은 학교 홈페이지(daehong.es.kr) '표현하고 싶어요'에 동화상으로 올려진다.

이 교장은 "학교는 공부만 하는 훈련소가 아니다. 교육 종사자는 교육 소비자인 아이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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