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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2의 김군 막을 테러방지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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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에서 지난달 실종된 김모(18)군이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서 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이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내용이다. IS에 참여하기 위해 김군이 자발적으로 시리아로 들어갔을 것이란 경찰의 추정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한국인이 해외 테러단체에 가담한 최초의 사례란 점에서 충격적이다.

 인질을 참수하고, 심지어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등 IS의 만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 젊은이들 중에는 SNS를 활용한 IS의 노련한 선전에 넘어가 스스로 IS의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3만5000명의 IS 대원 중 약 2만 명이 외국인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테러 행위나 훈련 등의 목적으로 모국이나 거주 국가를 떠나 다른 나라로 여행하는 사람을 ‘해외 테러 전투원(FTF)’으로 규정하고, 안보리 결의 2178호를 통해 FTF의 이동과 입국, 경유를 차단하는 입법 조치를 각국에 촉구한 배경이다.

 정부는 기존 국내법으로도 대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원수의 명령 없이 외국 정부에 대해 개인적으로 전투를 벌인 경우 1년 이상의 금고에 처하고, 이를 예비 또는 음모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형법 111조의 ‘외국에 대한 사전(私戰)죄’를 근거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사전죄는 테러나 FTF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법 규정이 아닌 데다 한 번도 적용된 예가 없다. 범죄단체 조직죄도 조직폭력배 등에 주로 적용되는 규정이다. 우리에게도 IS가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이상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예방에 무게를 둔 테러방지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제2, 제3의 김군을 막기 위한 대책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