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 "허공이 피리의 본질이요, 가락이 피리의 생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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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피리와 같다. 마음속이 비어야 하느님의 가락이 흘러나온다. 피리소리의 가락이 하느님 뜻이다.”

-다석(多夕) 유영모-

그리스도교인이면서 불교와 노장, 공맹 사상을 통달했던 다석 유영모 선생의 어록입니다. 다석은 피리소리를 들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는 ‘마음속이 비어야’ 들리는 소리입니다. 왜 그럴까요. 하느님의 가락은 늘 ‘나의 뜻’이 비어질 때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피리소리를 듣고, 피리소리를 따랐던 겁니다. 다석은 “허공이 피리의 본질이요, 가락이 피리의 생명이다”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도 물음을 던져볼 수 있겠네요. 나의 본질은 무엇이고, 나의 생명은 무엇인지.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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