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3870)제80화 한일회담(69) 한일간의 성명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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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3차 한일회담이 보름여만에 일본측 수석대표 「구보따」 (구보전)씨의 망언으로 결렬되자 한일양국은 즉시 그 결렬의 책임이 상대방에 있으며 그로인한 모든 사태는 상대방이져야한다는 불꽃튀는 성명전을 벌였다.
포문은 먼저 일본측이 열었다.
회담이 21일상오11시45분에 결렬된지 정확히 1시간45분만에 일본외무성대변인 직책의 정보국장이 성명을 발표, 우리측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한일회담은 한국측의 태도로 말미암아 오늘날 계속 불가능 상태에 빠졌다. 우리측이 자진해 회담재개를 요청하고 성의를 갖고 국면타개를 도모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측은 우리측의 수차의요망에도 불구하고 나포어선및 그 선원은 물론 나포된 일본정부공선의 즉시석방에 응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회담중에도 여전히 우리 어선을 나포하고 탄압함으로써 회담을 유리하게 전개하려고 한것은 부당하다.(중략) 그럼에도 우리측은 인내에 인내를 거듭해 회담을 계속 열고 어업문제에 관해서 한일양국어민의 공존공영및 자원보존의 차원에서 어업에 관한 공동보존조치에 관한 구체적제안을 제시할 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측은 재산및 청구권위원회에서 의제와 관계없는 문제를 다뤄 그에 대한 우리측의 응답을 고의로 곡해하여 2차례에 걸친 본회의에서의 우리측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략) 따라서 회담결렬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한국에 있으며 심히 유감된 일이다. 우리는 한국측이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게되면 언제든지 회담을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천명한다.』
회담이 깨진지 불과 2시간도 안돼 비난성명을 퍼붓는 일본측의 태도는 확실히 기민한 행동이었다.
이에대해 우리측 김용식수석대표도 즉각 내외신기자회견을갖고 장문의 반박성명을 발표, 일본측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에찬 비방인가를 내외에밝혔다.
『일본측의 모욕적인 견해표명으로 인해 한일회담의 기초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는 우리측의 반박성명은 신문의 거의 한면을 뒤덮을 정도의 장문이었다.
우리 성명에는 회담중 「구보따」 일본대표의망언에 관련된 의사록의 일부 공표를 비롯해 4개의 장으로 된 일종의 보고서형식을 취했다.
「한국은 세계판단에 호소」 한다는 1부에서 『일본정부는 모든 선전수단을써서 한일회담결렬의 책임을 한국측에 전가시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전면적으로 왜곡된 회의록을 발표했다』고 지적, 세계여론의 공정한 판단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일, 왜곡과 중상으로 시종」 이라는 제목의 2장은 15일의 재산및 청구권분과위에서의 「구보따」대표와 홍진기대표간의 오고간 얘기를 의사록에서 초연, 공표한후「구보따」대표발언의 허구성을 신랄히 비판했다.
제3장의 제목은 「평화선을 무시,누차 침범」으로 평화선설정의 불가피성과 일본어선의 남획현상을 설명했다.
「한국인 인권과 경제를 유린」 이라는 제4장에서 일제시는 물론 전후 일본정부와 일본인들이 우리측을 얼마나 못살게 굴었고 굴고있는가를 파헤쳤다.
우리 정부는 재일한국동포들의 비참한 생활을 돕기위해 전시하의 아주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 2백만달러를 재일한국인들의 구호금으로 지급하려고 일본정부에 제의했으나 일본측은 이를 수락치 않았다고 폭로했다.
그것이 일본의 인도주의의 실체냐는 투의 맹박이었다.
「군국적 제국주의를 변호」 라는 마지막장에서 일본측이 어족보호를 위한 공동보존조치를 제의하려 했다는것은 회담결렬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려는 날조라고 맹박하고 다음과같이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을 경계했다.
『한국대표단은 일본의 내정문제에 언급할 입장에 있지 않으나 한국대표단으로서는 일본이 한국을 재군비문제를 싸고도는 논의의 목표로서 이용하는것은 좋은 현상으로는 보지않는다. 이러한 종류의 전술은 일본이 제국주의적 군국주의 당시 더욱 편리한 타국침략의 이유로서 극히 여러번 사용해온 것이다.』
일본극우파 일부에서 평화선을 둘러싸고 그에 대처키위해 제기되고있는 재무장론에 대해 반격한 내용이다.
상호성명 말미에는 상대방이 성의를 보이면 언제든지 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양국정부의조치는 그와는 반대의 길을 치닫고있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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