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망생에 붙잡힌 인터넷 물품 사기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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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서 상습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던 30대 남성이 경찰 지망생에게 덜미를 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경찰 지망생 정준범(23)씨의 도움으로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중고 오토바이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수천만원을 가로챈 설모(30)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달 29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설씨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 말까지 중고물품 거래사이트 ‘중고나라’ 등에 오토바이ㆍ휴대전화 등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허위 글을 올리는 수법으로 20회에 걸쳐 2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지망생인 정씨는 설씨가 중고 오토바이를 판매한다고 올려놓은 글을 보고 지난달 20일 130만원을 설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정씨는 오토바이를 받지 못했고, 설씨는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보냈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결국 정씨는 설씨의 SNS 등을 통해 그가 상습 사기범임을 알게됐고, 설씨의 친구를 설득해 설씨와 만날 약속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에도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자신이 모아둔 자료도 제출했다. 이후 정씨는 경찰과 함께 약속 장소를 찾아 설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설씨는 물품사기 전과 23범으로 특정한 직업 없이 같은 범행을 반복하며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렵게 번 돈을 사기당해 억울한 마음에 직접 설씨를 추적하게 됐다”며 “경찰이 돼 직접 설씨 같은 사기꾼을 많이 잡고 싶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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