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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와 이승만대통령<65>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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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오5시께「챔프니」대령이 찾아왔는데 자기가 방금 받은 극비명령서때문에 대통령을 뵙기를 원했읍니다.
민사담당의「챔프니」대령은 8군사령부로부터 교사·기술자·의사들을 포함하여 저명한 민간인들과 그 가족들의 명단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8군은 3천5백가족을 선박으로 제주도에 피난시킬 준비를 갖추었는데 비상시에는 그들을 우선 피난시키겠다는 것이었읍니다.

<"정세 급박"을 직감>
내가 한참동안「챔프니」대령과 얘기를 하고있는데 대통령이 들어왔읍니다.「챔프니」대령이 대통령에게 이틀이내로 8군이 피난시키고자 하는 민간인들의 명단을 제공해달라는 얘기를 함으로써 자연히 정세가 급박해진것을 알수 있었읍니다.
대통령은『어제「워커」장군이 왜 서울시민들은 서울을 떠나고 있느냐고 나에게 힐문을 하더니 도대체 이게무슨일이냐?』고 하였읍니다. 어제와는 딴판으로 지금은 8군자체가 민간인들을 피난시키겠다니 무슨 말이냐는 것이지요.
우리는 미대사관이 몇사람만 남기고 모든 직원들을 비행기로 철수시킨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유엔군은 서울에서 철퇴하지 않고 싸울것으로 생각했읍니다. 그러니 이것은 분명히 겉과 속이 다른 두개의 얼굴을 지닌 행동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12일 아침에 신성모국방장관이 와서「워커」장군은 대통령각하의 마음을 상하게 할 의사는 전혀 없었으며 아주 솔직이 사과드린다는 뜻을 대통령께 전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답니다. 지금은 전선이 강화된 모양입니다.
우리는 왜「워커」장군이 그토록 흥분했었는지를 알았습니다.
「맥아더」장군이 일선을 총검열하러 나오게되어 있어서「워커」장군은 일선 전병력을 합쳐서 강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했읍니다.
한국의 참모총장은 동부전선에 있는 2개사단을 춘천방면에 집결시키도록 요청했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군인들은 적군이 그곳을 뚫고 공략의 목표지점인 부산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전시민은 지금 짐을 싸가지고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읍니다.
신문기자들은 군에서 아무런 정보도 주지않기 때문에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고 다닙니다.

<미대사관 이미 피난>
기자들이 지금까지 얻어온 정보를 너무 함부로 조심성없이 취급해서 적군이 우리편의 모든 정보를 알게됨으로써 우리는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답니다.
시민들은 서울을 방어할 것이라는 희소식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도 무슨말을 할수가 없읍니다.
우리정부관리들이 개성에서 철수하고 있으니까 아마도 그곳에서 전투가 있게되면 있을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오 2시부터 4시까지 대통령은 내각회의에 참석했읍니다.
그런 다음에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했읍니다.
수감자들의 대부분은 지난번 공산군이 우리양민들을 체포하고 살해하는것을 도와준 공산도배들이랍니다. 대통령이 감방을 지날때 그들중의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을 위해 만세를 불렀답니다.
수감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참회를 하는 모양인데 시민들은 어떤 경우이든간에 반역자노릇을한 그들에 대해 대단한 적개심을 가지고있읍니다.
이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죄없는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게 한 장본인이었던것이 사실입니다.
대통령은 자기의 감옥시찰이 감방사정의 호전의 계기가 되고 수감자들의 사기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원했읍니다.
대통령은 참으로 침울한 심정으로 돌아왔읍니다.

<엉뚱한 말을 퍼뜨려>
12월13일.
오늘「노블」박사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는 말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낙심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었다고 합니다.
국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격려해야 할때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질문했던 기자들은 대부분 영국기자들이고 그들은 우리에게 호감을 갖고있지 않은 기자들입니다. 특히「발렌타인」같은 기자는 공산주의자로 알려진 기자이며 또 영국기자들은 의식적으로 자극적인 질문을 던져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으려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연설을 했고 그것이 영문으로 외국기자들에게 배부되었읍니다.
내각회의에서 우리내각 각료들은 유엔한위대표들과 당면한 비상사태에 대비할 연석회의를 갖도록 결정했읍니다.
수요일 하오3시30분에 만나기로 하였읍니다. 대통령은 유엔한위대표들에게 현사태는 유엔이 즉각 행동을 취함으로써만 해결될수 있다고 강조했읍니다.
대통령은 유엔한위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했고 유엔한위대표들에게 레이크 석세스에 있는 유엔본부에 손이 묶여있는「맥아더」장군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취할수 있도록 해줄것을 요청했읍니다.
이번 회의가 열리기전에 신국방장관과 백악준문교장관이 대통령을 만나뵙고 회의석상에서 너무 언성을 높이시지말것과 한국 국군이 독자적인지휘권을 회수해야겠다고 요구하는 말은 하시지 않도록 대통령께 조언을 했읍니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미군 당국과 협조하기가 힘들게 될것이라고 했읍니다.

<서울시민 계속 남하>
아뭏든 유엔한위대표들은 대통령파의 회견에 대단히 만족했었읍니다.
그러나「노블」박사의 말에 의하면 유엔한위대표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사람들은 유엔본부의 결정을 재촉할 길이 없다는것입니다. 「챔프니」대령휘하에서 철수작업을 담당하고있는 미국사람들은 모든 민간인들을 철수시킬 계획을 추진하고있읍니다.
사람들은 추운 기후에도 불구하고 이 추위속에서 어디에선가 꼼짝못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계속 남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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