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전 직장 협박해 금품 뜯어낸 40대 구속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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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근무했던 KT&G의 탈세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5억원을 뜯어 낸 4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외사부(이진동 부장검사)는 22일 전 직장을 협박해 금품을 받은 혐의(공갈)로 A(4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1년 12월과 2012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KT&G의 재무실장 B(55)씨에게 5억원을 받은 혐의다.

1994년 KT&G에 입사한 A씨는 재무부서에서 회계업무를 맡았다. 그러면서 세금 탈루 사실을 알게 됐다. 상사와의 마찰 등으로 불만을 품다 2011년 9월 회사를 그만둔 A씨는 2011년 10월 회사 전산망 중 사장만 볼 수 있는 신문고 게시판에 "세금 탈루 사실을 국세청과 언론사에 제보하겠다"고 협박성 글을 올렸다. 사장은 재무실장 B씨를 불러 질책한 뒤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B씨는 A씨를 만나 탈루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대가로 1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고, 1차로 5억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B씨가 이후 남은 5억원을 주지않자 A씨는 KT&G의 탈루 사실을 국세청에 제보했다. 국세청은 2013년 3월 조사요원 100여 명을 투입해 KT&G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KT&G는 법인세 256억원과 부가가치세 192억원 등 총 448억원 추징금을 물게 됐다.

그러나 A씨도 회사를 상대로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국세청에 비리를 제보한 대가로 포상금을 신청했지만 KT&G에서 추징금에 대한 이의신청을 해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A씨가 처음부터 정상적인 방법으로 내부 비리를 알렸다면 재판에 넘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과 관련, KT&G측은 "A씨의 제보가 아닌 회사가 국세청에 의뢰해 이뤄진 세무조사"라며 "세법에 대한 해석 차이로 국세청과 회사의 예상 추징금의 차이가 발생해 이의제기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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