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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계절의 건강] 입·눈·피부·두피 건조증…물 충분히 마시고 습도 조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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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진다. 메마른 날씨 탓에 함께 마르는 신체 부위는 한둘이 아니다. 특히 구강·눈·피부·두피·비강 등은 해당 부위 뒤에 ‘건조증’이 붙는 병명(病名)이 있을 정도다.

겨울철에는 일반적으로 건조하다. 적당한 눈이나 비는 자연환경은 물론 사람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우수(雨水)도 지났으니 농사일에 ‘쌀비’ ‘벼농사 밑천’으로 불리는 봄비도 내릴 것이다. 겨울의 끝자락인 요즘은 건조한 날씨가 일반적이다. 한반도에서 건조한 날씨는 대개 가을부터 시작해 봄까지 지속된다. “봄 불은 여우불이다”라는 속담은 “여우가 둔갑해 사방팔방에 나타나듯 메마른 봄에는 곳곳에서 불이 나기 쉽다”는 의미다. 선조들은 또 봄에 바깥바람을 쐬면 건강에 해롭고 피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봄바람이 까칠하다는 얘기다.

춘삼월이 코앞이지만 아직 냉기가 만만찮다. 가정과 사무실에서는 적당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보일러ㆍ온풍기는 물론 문풍지·뽁뽁이 같은 단열제품도 여전히 고맙다. 실내 온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다 보니 습도는 뒷전이다. 창문을 꼭 닫아만 놓지 말고 하루에 한두 번 환기를 해야 실내 습도가 유지돼 건강에 좋다.

구강건조증 환자, 신맛 음식을

낮은 실내 습도로 인해 침이 마르면 구강건조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구강건조증이 있으면 양치질을 잘 해도 충치·잇몸 질환에 걸리기 쉽다. 씹거나 삼키는 기능도 떨어지고 맛에도 둔해진다. 입 냄새가 나고 입안이 끈적끈적해져 말하기도 힘들어 한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우울증을 부르기도 한다.

침 분비가 너무 적다고 느끼면 건조한 환경과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대신 물ㆍ우유 등 음료를 챙긴다. 고려대 안암병원 치과 류재준 교수는 “설탕 대신 자일리톨ㆍ솔비톨이 든 무설탕 껌을 씹는 행위 자체가 침 분비를 늘린다”며 “치태의 산도(酸度)가 개선돼 충치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맛 나는 무설탕 캔디·귤·레몬·비타민 C 등을 섭취해 침샘을 자극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맛은 침 분비를 돕는다. 이뇨 효과를 지닌 커피·녹차·탄산음료 등 카페인 음료 섭취는 자제한다.

입안이 심하게 마를 때는 칫솔 대신 면봉에 치약을 묻혀 닦는다. 칫솔이 마른 점막에 닿으면 상처ㆍ염증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인공타액(침)을 이용하는 것이 기본 대처법이다. 하지만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구강세척제는 입안을 더 마르게 할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안구건조증, 염색약 사용 줄여야

40대 초반의 직장인 김모(서울 동대문구)씨는 최근 양쪽 눈이 피곤하고 시린 증상이 심해져 동네 안과를 찾았다. 김씨는 “서류를 잠깐 보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눈물분비 검사를 해보니 정상이었으나 두 눈의 눈물막 유지 시간이 정상보다 현저히 짧았다.

각막에서 가벼운 미란(헌 증상)도 발견됐다. 김씨는 의사의 권유대로 요즘 사무실에서 온풍기를 사용 중이다. 안구를 적셔 눈이 편안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눈물이 부족한 것을 안구건조증 또는 건성안(乾性眼)이라 한다. ‘안습(眼濕)’이 부족하면 눈이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안과 이하범 교수는 “건조한 날씨, 찬 바람 같은 계절적 요인에다 스마트폰·PC를 끼고 사는 생활 환경 탓에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PC 모니터를 장시간 들여다보면 눈의 깜박임이 줄어들어 눈물 분비·순환이 감소하고 눈이 마른다”고 설명했다.

눈 건조증을 예방하려면 매일 8~10 컵의 물을 마시는 게 효과적이다. 눈을 자주 깜박거려 눈물을 눈 표면에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것도 좋다. 책·PC·스마트폰·TV를 볼 때는 의도적으로 중간중간 눈을 깜박거린다. 실내 온도는 18도 안팎, 실내 습도는 60% 정도로 맞춘다. 눈을 마르게 하는 머리염색약ㆍ스프레이ㆍ헤어드라이어 사용은 가급적 줄인다. 온풍기 바람의 방향이 얼굴 쪽으로 향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에 눈이 마르면 인공눈물의 사용 횟수를 늘리되 생리 식염수를 대신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목욕 전 물이나 우유 마시길

심한 건성(乾性) 피부를 가진 회사원 이모(31·여)씨는 샤워만 해도 가려움증에 시달린다. 이씨는 “겨울엔 늘 피부가 가렵다. 벅벅 긁을 때 일어나는 하얀 각질을 보면서 시원하게 밀어버릴까 하는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피부건조증 진단을 받은 이씨는 샤워 횟수를 줄였다.

피부건조증이 있으면 샤워를 10분 내로 가볍게 해야 한다. 정상 피부이면 하루 1회, 심한 건성 피부이면 이틀에 1회가 적당하다. 샤워할 때 세정력이 강한 비누나 각질 제거를 위한 스크럽 제품은 피한다. 거친 샤워타월은 쓰지 말고 저(低)자극성 세정제나 비누를 사용한다. 샤워를 하고 나서 충분한 양의 보습제를 온몸에 바른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는 “피부의 가장 바깥 층인 각질층의 정상 수분 함량은 15∼20%인데 피부 수분 함량이 10% 아래로 내려가면 피부건조증과 가려움증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피부건조증을 예방하려면 목욕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욕탕 온도는 38∼40도, 목욕 시간은 20분 이내가 적당하다. 욕탕에 들어가기 전 물 한 컵이나 우유를 마셔 목욕 중 빠져나가는 수분을 보충한다. 유아용 비누나 보습 기능을 가진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목욕 뒤에는 로션·크림을 평소의 1.5배가량 더 바른다. 바셀린을 바르면 상태가 한결 나아진다. 실내 습도는 65% 정도가 적당하다. 각질을 무리하게 벗기면 피부가 더 상한다. 손상된 피부에 식초·소금물 등을 바르는 것은 금물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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