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력 스카웃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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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의 개편, 단기적으로는 경기변동에 따라 기술·기능인력의 수급에 차질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산업인력의 과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각 기업은 스스로 기술인력 양성을 하고 있는 등 경영전망에 맞춘 소요인력 충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기술인력의 부족이 발생할 경우, 경쟁업체의 인력을 부당하게 스카웃하여 고용안정을 위협할 뿐 아니라 타기업의 운영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1일 노동부가 기술·기능인력을 부당하게 스카웃한 61개 업체를 적발, 시정조치토록 한 것은 스카웃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한 의미에서 주목할만하다.
노동부가 최초로 직업안정법을 적용하여 부당 스카웃을 견제한 것은 앞으로 경기회복에서 오는 과열 스카웃을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업이 소요인력을 충족하려고 외부로부터 사람을 데려오는 자체를 모두 나쁘다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상적인 인력스카웃과 부당 스카웃을 구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이번 노동부가 밝혀낸 것과 같은 사례는 부당 스카웃에 포함시킬만한 것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거액의 금품을 주어 스카웃을 의뢰하고, 타기업의 생산라인을 몽땅 빼내와 남의 생산활동을 마비시키는가하면 동종 업종의 임금수준을 무시한 파격적인 대우를 내걸고 무더기로 사람을 끌어가는 것들이 바로 부당 스카웃의 표본이다.
이러한 부당 스카웃이 주는 폐해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업간의 자유경쟁을 저해하여 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인력투자를 오유화하게 하며 노사간에 마찰을 빚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부당 스카웃이야말로 불공정 경쟁행위의 표본이다.
이것은 일종의 직업윤리 파괴행동이므로 부당 스카웃이 용인된다면 결과적으로 기업이나 근로자의 안정된 경영이나 근로행위를 바랄 수 없다.
윤리적인 측면을 떠나 직업안정법에도 저촉된다.
직업안정법 제12조, 14조, 16조는 명백히 부당한 근로자 모직을 금지하고있다.
적어도 기업인이라면 직업안정법을 알고 준수할 줄 알아야한다.
지난 78년 호황기에 곳곳에서 과열스카웃 소동이 벌어져 경제풍토에 먹구름이 끼였던 것을 다시 생각해낼 필요가 있다.
임금도 치솟고 물가도 치솟은 다음 곧 이어 불황기에 접어들자 그 댓가를 상당히 치르지 않았던가.
부당 스카웃의 1차적인 책임은 기업인에게 있다.
기술인력의 양성에 등한했다가 경기가 호전되면 타기업의 인력을 빼내오는 것은 기업가 정신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한때 경영실적이 오를지는 몰라도 금품으로 매수한 근로자와는 참다운 노사관계를 성립시키기가 어렵고 근로자의 귀속의식이 희박해져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기술축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부당 스카웃을 방지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두고·업계가 자율조정 하려는 의도도 그러한 폐단을 우려해서이다.
근로자도 일시적인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상궤를 벗어난 대우를 해주는 기업인은 언제든지 자신을 배척할 수도 있는 기업인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종신고용, 노사간의 일체감은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기본 조건이지만 그것은 근로자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한다.
기업, 근로자가 부당 스카웃을 자제하고 거부해야만 고용사정의 안정, 더 나아가서는 경제안정이 자리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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