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한국식으로" 30평 연립에 소주파 사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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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물류 허브 중국 있지만
한국 투자는 계속할 것"

세 평 남짓한 공간에 책상과 컴퓨터, 그리고 베이지색 투박한 철제 캐비닛 두 개. 연 매출 294억 달러(약 31조원)을 올리는 항공 특송업체 페덱스의 한국법인 데이빗 카든(48.사진) 사장의 사무실 모습이다.

2003년 5월 그가 부임한 뒤 한국 직원들이 "사무실을 좀 산뜻하게 바꾸라"고 제안지만 카든 사장은 "보기 좋게 꾸밀 곳은 사무실이 아니라 고객이 들러 배달할 물건을 맡기는 '페덱스 스테이션(접수센터)'"이라며 사양했다. 그를 서울 수송동의 페덱스 코리아 사옥에서 만나 "사무실이 조촐하다"고 했더니 단풍 든 가로수가 보이는 바깥 풍경을 가리키며 "이런 경치를 볼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한국에 온 뒤 서울 성북동에 너른 잔디 마당이 딸린 2층 양옥집 사택을 보고 "내가 살기엔 너무 크다"며 이태원에 30평 남짓한 연립 주택으로 옮겨 현재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카든 사장은 가끔씩은 직원들과 어울려 '코리안 바비큐'(양념 돼지갈비)에 소주 한 잔 걸치는 것을 즐긴다. 지난달 말 직원들과의 회식 때는 소주를 두 병 넘게 마셨다. 그는 "그 날 따라 직원들이 툭 터놓고 회사의 개선점을 털어놔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둘이 팔짱을 끼고 마시는 '러브 샷'을 직원들에게 처음 배웠다고 한다. 페덱스 본사는 최근 인쇄.제본 등 서류처리 서비스 전문업체 킨코스를 인수했고 페덱스 남자 직원과 킨코스 여직원이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앞 광장에서 두 회사가 합쳐진 것을 상징하는 모의 결혼식을 했다.

카든 사장은 "킨코스를 사들여 페덱스코리아는 수도권내 21개 킨코스 서비스 센터에서 항공 특송 주문을 받을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킨코스와 페덱스를 연계한 서비스도 할 예정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뉴욕의 미국 회사에 서류를 보낼 경우 뉴욕의 킨코스 서비스 센터에 서류 내용을 e-메일로 전송하면 그곳에서 인쇄를 해서 미국 회사에 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7월 페덱스가 동아시아 물류 허브로 중국 광저우(廣州)를 고른 것에 대해 카든 사장은 "한국의 향후 엄청나게 성장할 중국 시장을 보고 본사가 내린 결정"이라며 "한국의 투자입지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수도권의 스테이션도 계속 늘리고, 내년부터는 부산 등 지방의 페덱스 스테이션도 확충하는 등 한국내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권혁주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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