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정동영 통일 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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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7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오는 10일 방북할 예정이다. 김태성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내 정동영 통일부 장관 집무실을 찾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현대의 내부감사 보고서로 불거진 김윤규 전 부회장의 남북협력기금 유용 논란 때문에 현대와 통일부의 사이가 불편해진 이후 처음이다.

현 회장은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먼저 "감사보고서는 내부용이라 부적절한 용어가 많았다"며 "보고서가 유출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서 취재진에 공개한 환담에서는 정 장관이 "방북절차가 끝났느냐"고 묻자 "장관님을 만나뵙고 결정하려고…"라고 답했다. 일단 정부 측과 갈등을 풀고 호흡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남북협력기금 관련 보고서 유출로 정부에 상처를 주는 일이 있어 유감스럽게 생각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금강산 관광사업에) 정부로서는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현 회장에게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했다.

또 현 회장은 "19일 금강산에서 치러질 관광 7주년 행사에 정동영 장관이 참석하면 좋겠지만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문에 어려우실 것"이라며 "다음 기회에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시라"고 권했다.

현 회장은 1박2일 일정으로 개성에 머물 예정이다. 현대와 북한 측은 현 회장을 수행할 현대 측 인사의 면면을 어떻게 할지 막판까지 상당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현 회장의 대북사업 라인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낸 뒤끝이기 때문이다. 일단 북측이 거부반응을 보인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이번 방북에서 빠졌다.

현 회장은 이종혁 부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잘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측과의 실무협의 결과가 그리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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