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는 뭘까…정부 "전자화폐다" "경품이다" 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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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마일리지는 경품인가, 전자화폐인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마다 업체가 쌓아줘 나중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의 법적 성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마일리지를 버스 카드와 같은 전자화폐로 규정하자 업계에서는 이를 경품으로 봐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시안은 '마일리지는 당사자 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선불 전자지급수단(전자화폐)'이라고 규정했다. 정부는 마일리지에 대해 소비자가 미리 돈을 내 일정액을 쌓아둔 셈이며 나중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폐로 보겠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이 법에서 OK캐쉬백 처럼 마일리지를 주유소.외식업체.커피전문점.외국어 학원 등 다양한 가맹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는 경우를 규제 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다. 따라서 현재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비행기를 탈 때에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자화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항공사 마일리지도 외국 항공사 등과의 제휴로 이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이 다양해질 경우에는 전자 화폐로 규제받을 수 있어 항공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7일 마일리지가 '창의적인 판촉 활동'이자 '소비자 혜택 제공' 수단이라며 재경부에 재검토를 요구했다. 상의는 건의문에서 "마일리지 포인트는 결국 제품 가격에 포함되는 광고 등 비용을 보다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린 '경품'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업계가 마일리지의 성격에 대해 항변하는 것은 마일리지가 전자화폐로 규정될 경우 이를 제공하는 업체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금융회사에 준하는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상의의 임복순 유통물류 팀장은 "해당 업체들은 금감위의 허가를 받거나 등록해야 하고, 법을 어겼을 경우 임원 해임 같은 처벌을 받는 데다 분기별로 보고서를 내야 하는 의무를 진다"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마일리지 제공이 금감위의 규제를 받을 경우 이 제도가 축소되고 소비자의 실질 혜택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독일 등은 마일리지가 미리 돈을 내서 발급받은 것이 아닌 데다 단골손님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인정해 전자화폐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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