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가난에 갇힌 지구촌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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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심한 영양실조 상태인,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어린이가 병원에서 팔뚝의 둘레를 재는 검사를 받고 있다. 이 아이는 생후 10개월인데도 팔뚝의 둘레가 6.5cm로 정상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앙포토]

쓰레기 더미에서 고철을 찾고, 돼지 배설물 위에서 자고…. 유엔에 따르면 1억 명이 넘는 지구촌 어린이들이 끼니조차 잇지 못하며 산다. 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은 커녕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미래 또한 밝지 않다. 가난에 찌든 지구촌 어린이들의 현황과 돕는 방법 등을 알아본다.

◆ 가난에 내몰린 어린이들=세계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 성장을 거듭했지만 상대적 빈곤층은 줄지 않았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은 30개국) 회원국들 가운데 국민 전체 평균소득의 절반 이하로 생활하는 '상대적 빈곤층' 어린이의 비율은 1980년대보다 90년대에 오히려 더 늘었다.

특히 저개발 국가에서 상대적 빈곤은 어린이의 삶에 더 큰 위협이 된다. 18세 미만이 국민의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빈민층 어린이들은 만성적 가난에 시달리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아 결국 밑바닥 생활로 떨어진다. 이들은 도시의 폭력과 성 착취, 마약, 인권 침해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고, 살기 위해 매춘이나 도둑질도 주저하지 않는다.

◆ 가난이란=빈곤은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 수단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빈곤에는'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주관적 빈곤'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절대적 빈곤은 의식주 등 기본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죽음에 직면한 상태다. 실질 경제 성장이 지속돼 그 사회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 극빈층도 줄게 된다.

상대적 빈곤은 동일 사회 안의 중산층과 비교해 가진 게 적은 상황이다. 이는 특정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누리는 생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유형인데, 그 사회의 관습과 생활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상대적 박탈과 불평등 개념이 중시된다.

주관적 빈곤은 자신이 충분히 갖지 못했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제3자의 판단에 따라 객관적 수준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 가난은 왜 대물림될까=미국의 경제학자 래그나 누르크세(1907~1959)에 따르면 저개발국에선 자본이 축적되지 않아 빈곤해지고, 그 빈곤 때문에 자본이 형성되지 않아 가난에서 헤어날 수 없는 등 빈곤이 악순환된다.

빈곤의 악순환은 빈곤과 소득(자본).건강.교육 등 세 가지 관계에서 따져 볼 수 있다. 소득(자본)과의 관계에선 '자본 부족→저생산성→저소득→저저축→자본 부족'의 사이클을 거치거나'저소득→저구매력→시장 협소→투자 유인 약화→자본 부족→저소득'의 악순환을 이루기도 한다. 빈곤과 건강 관계에서 보면 '빈곤→영양 부족→건강 악화→저생산성→빈곤'으로 이어진다. 교육과의 관계에서 악순환은 '빈곤→낮은 교육 수준→저숙련도→저생산성→빈곤'의 형태를 띤다.

빈곤의 악순환 구조는 저개발국이 빈곤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들므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발전의 관건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하려면 발전 단계에서 충분한 개발 투자가 있어야 하고, 같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가장 효과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

◆ 어떻게 도울까=세계식량계획(WFP.www.wfp.org).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등 유엔 기구를 통해 해당 국가에 구호품을 보내거나 기부금을 내도 된다. 굿네이버스 등 NGO(비정부기구)와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한국국제협력단(KOICA.www.koica.go.kr) 활동에 참여하는 등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국국제협력단의 경우 초.중.고교에서 신청할 경우 국제협력 사업 현황과 필요성 등을 강의하기도 한다. 또 해마다 국제협력 관련 글짓기 공모전을 열어 입상자들에게 해외 협력사업 현장 견학 기회를 준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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