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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빠진 기업, 한국의 피카소·스필버그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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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설화문화전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설화수갤러리에서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렸다. 설화수 브랜드 철학인 ‘조화와 균형’에 대한 심도있는 재해석을 통해 공존하는 관계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여러 세대가 공감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는 고대 로마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충실한 조언자 역할을 했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다. 그는 정치를 하며 동시에 예술을 적극 후원했다. 당대 최고의 시인 호라티우스, 베르길리우스와 돈독하게 지내며 이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했다. 각종 문화예술 분야의 후원자로서 로마 문화 번영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이 활발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2014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2013년 사회공헌 분야별 지출비율이 교육·학교·학술연구와 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분야에 지출한 비용은 전체 사회공헌 비용 2조3506억원의 36.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학교·학술연구 부문이 23.7%, 문화예술·체육 부문이 12.7%다. 전경련은 “문화예술·체육 지원은 기존의 의식주 해결이 아닌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취약계층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단순히 화장품을 파는 회사가 아닌 ‘아름다움의 문화’를 선사하는 기업으로서 ‘문화’와 ‘감성’을 나누는 경영이념을 실천하고 있어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2년 10월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주최하는 2012년 메세나대상 문화공헌부문 수상기업으로 선정돼 ‘문화공헌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메세나대상은 대한민국 경제와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에 크게 공헌한 기업과 기업인을 발굴해 공적을 시상하는 행사다. 아모레퍼시픽은 10년 넘게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후원해 유망한 신인감독을 발굴하고 한국 영화계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00년 ‘연출’을 의미하는 영화 용어 미쟝센(mise en scene)에서 브랜드명을 차용, 헤어토털 패션브랜드 ‘미쟝센’을 론칭했다. 미쟝센은 완성도 높은 영화를 위해 한 컷 한 컷 세심하게 장면을 연출하듯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전문적인 헤어스타일을 창조하고 완성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웠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미쟝센 영화제다.

미쟝센은 2002년 ‘제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전)’을 개최했다.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영화제를 후원하고 있다.

미쟝센은 지원이 부족한 비인기 예술 분야인 단편영화를 꾸준히 지원했다. 미쟝센 BM팀 양준우 팀장은 “아모레퍼시픽은 좋은 영화와 영화인이 지속적으로 발굴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미쟝셴 단편영화제를 적극 후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한국 고유의 식물을 그린 세밀화 100점이 수록된 원료식물도록 ‘Beyond Flower’를 출간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설화문화전=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메세나 활동은 지난해 8회째를 맞은 ‘설화문화전’이다. 전통공예와 현대미술의 소통으로 상생을 추구하는 전시다. 이에 전통을 고집스럽게 이어온 장인들의 땀·혼·기술 등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2014년 개최된 설화문화전 ‘스키닉스(SKIN=NIKS)’는 ‘스킨(SKIN)’을 전시의 소재로 정했다. 설화수 MC팀 정유진 과장은 “여러 매개체 간의 다양한 관계와 만남의 경계로서 작용하는 ‘스킨’에 주목해 소재·색·공간구성 등 전통적 소재의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오감을 아우르는 다양한 관계의 접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건축가 에이엔엘 스튜디오(AnLstudio), 세라믹 공예가 김하윤, 비주얼 아티스트 비쥬얼로직(Visualozik), 사운드 아티스트 모임 별, 작가 최대호 등 서로 다른 분야의 8인, 총 5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현대미술기획전시 ‘APMAP’=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2013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이어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APMAP(AmorePacific Museum of Art Project)’을 전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13년 오산(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 2014년 제주(오설록 서광다원), 2015년 용인(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2016년 서울(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공사 현장) 등 여러 사업장을 순회하며 릴레이 전시로 진행된다.

2014년 ‘APMAP 2014-BETWEEN WAVES’ 프로젝트는 제주 서광다원을 주 무대로 진행됐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전승창 관장은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하고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해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원료식물도록 『Beyond Flower』 출간=아모레퍼시픽이 한국 고유의 식물을 그린 세밀화 100점이 수록된 원료식물도록 『Be yond Flower』를 출간했다. 서성환 선대회장이 1930년대 모친 윤독정 여사의 일을 돕고자 좋은 동백 원료를 구하러 먼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우리 식물 원료에 대한 믿음을 가졌고, 서경배 대표이사는 식물 사랑 정신을 계승하고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중심으로 2007년 한국 세밀화 1세대 작가인 송훈 선생과 함께 식물 세밀화 제작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7년간 전국 곳곳에 있는 한국 약용 식물을 직접 찾아 100점의 작품을 완성하고, 2015년 2월 원료식물도록으로 편찬·발간했다. 작업에 참여한 작가 송훈은 “2007년 봄 서경배 대표가 우리나라에서도 약용식물을 세밀화로 그려 보존하자는 생각을 갖고 추진하기 시작해 아모레퍼시픽 약용식물 100선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서 대표가 직접 화실을 방문해 격려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차 문화 천년』 도서 발간=『한국의 차 문화 천년』 시리즈의 출간은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우리의 차 문화 전통을 종합·정리함으로써 국내 차 문화를 한층 더 발전시키자는 의도로 해당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차 문화 천년 시리즈는 전 7권으로 발행될 예정이다.

연구자인 송재소 성균관대 한문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의 차 문화 천년 시리즈는 삼국사기·고려사·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에서부터 이전에 발굴되지 않았던 자료까지, 우리의 전통 차 문화와 관련한 방대한 범위의 자료를 망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처음 발간된 ‘조선 후기의 차 문화-시’편부터 2014년 ‘근현대의 차 문화’ 편까지 총 여섯 권이 발간됐다.

◆메세나=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국가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총칭한다.

배은나 객원기자

◆시선집중(施善集中)=‘옳게 여기는 것을 베푼다’는 의미의 ‘시선(施善)’과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붓다’라는 의미의 ‘집중(集中)’이 만났다. 이윤 창출은 물론 나눔을 실천하면서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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