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참배 가는 김무성 “내가 참 많이 비판했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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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참 많이 비판했었는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3일 말끝을 흐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다. 짧은 한마디에 노 전 대통령에게 했던 과거 날 선 발언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묻어났다. 김 대표는 14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설(2월 19일) 전에 봉하마을의 묘역을 가고 싶었다”며 “일정을 잡다 보니 갑자기 이렇게 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 직전 노 전 대통령이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해 새정치민주연합, 특히 친노 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다.

 김 대표는 묘역 참배 배경에 대해 “내 스스로가 화합의 행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야 간 이런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봉하마을을 방문하면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를 만나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는 김 대표와 함께 김태호 최고위원, 이군현 사무총장,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박대출 대변인 등이 참여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과 김해가 지역구인 민홍철 의원이 의전을 맡을 것이라고 문재인 대표 측이 전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하려 했으나 권 여사가 미리 잡아놓은 일정이 있어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NLL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도 없는 데다 오기 하루이틀 전에 갑자기 예방한다고 하는 건 도리에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봉하마을 행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표결을 앞둔 시점이어서 미묘한 해석도 낳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며 이 후보자 인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인준이 묘소 참배 이틀 후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올해 초 봉하 묘역을 찾으려 했으나 일정상 미뤄졌고, 뒤이어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참배 계획이 늦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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