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정홍보처 폐지론이 나오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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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홍보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고 대통령의 입맛 맞추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의 홍보를 맡은 책임자들이 국민의 뜻과는 동떨어진 발언을 해대니 대통령과 국민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어제 국회에 국정홍보처 폐지법안을 제출했다. 야당도 바보가 아닌 바에야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법안을 낼 리 없다. 야당이 그런 법안을 낼 정도의 분위기와 여론을 만든 1차적 책임은 현 정권의 홍보팀에 있다.

그들의 발언과 행태를 보라. 국정 난맥상은 모조리 언론 탓으로 돌린다. 홍보처장은 대통령 앞에서 "언론은 법무부 장관의 정당한 수사 지휘 서신을 갈등으로 몰고가 논점을 흐리고, 부동산 정책이나 세금 등의 사회 이슈에 대한 정책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보차장은 "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은 실수가 많다'는 식의 상징파괴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홍보수석은 툭하면 "참여정부의 언론환경이 너무 나쁘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대통령이 일부 언론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홍보책임자들이 이런 노 대통령의 심기를 읽고 충성 발언을 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잘못을 언론 탓으로 돌려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홍보수석실이나 홍보처가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책 홍보는 하지 않고 정권 홍보와 이념 선전, 대통령 심기경호에나 열을 올리는 데 있다. 특정신문에 기고 또는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중앙인사위원장과 문화재청장에 대해 조사하고 경위서까지 받는 장면에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실망한 국민의 가슴에 더욱 불을 질러서야 되겠는가. 노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권을 헤매는 데에는 현 정권 홍보팀의 그런 행태가 일조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홍보는 선전.선동과는 다르다. 반대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국정 홍보 책임자들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