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 분 진혼나팔이 "신호"였던듯|눈깜짝할 사이에 빚어진 「아웅산묘소참극」의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일상오 10시28분 랭군의 아웅산 묘소에 선 꽝』하는 강력한 폭음이 나면서 현장은 일시에 일대혼란이 일어났다. 아웅산 묘소앞에서 전두환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리고있던 서석준부총리등 공식·비공식 수행원 20여명은 폭음과 함께 그자리에서 쓰러지면서 쏟아져내린 천장서까래와 흙더미에 파묻혔다. 아웅산묘소 부근일대는 폭발과동시 천장이 내려앉고 흙먼지가 일어 한동안 시야가 가렸으며 화약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웅산묘소 지붕은 뻥뚫려 하늘이 보였으며 아웅산의 대리석묘는 끝부분이 일부 파괴되어묘주위에는 대리석과 천장 조각으로 널려있었다.
사고직후 현장에 있던 버마경비원과 우리측 경호원들이 신속히 달려와 천장더미에 깔린사상자들을 꺼내 승용차와 트럭등을 이용, 병원으로 긴급후송했다.
전대통령이 묵고있던 영빈관에서 사고현장인 아웅산묘까지는 약4·8km거리인데 전대통령이 탑승한 자동차가 사고지점에서 l·5km전방까지 갔을때 폭발사고가 일어나 전대통령은 무사했다.
이날 아웅산묘소에는 전대통령이 도착하기에 앞서 한국대표단의 공식·비공식수행원들이 개별적으로 모여 도열하고 있었는데 폭발직전 이계철 주버마 대사가 10시25분께 모터케이드의 선도를 받으며 태극기를 단 대사전용차로 공식수행원 가운데 마지막으로 현장에 도착, 이미 도열해있던 공식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합류했으며 2열횡대로 경렬하고 약1분후 진혼의 나팔이 불린후뒤이어 폭발물이 폭발했다.
이때가 10시25분께, 따라서 관측통들은 멀리서 이대사를 전대통령으로 오인한 북괴 음모자들이 미리장치한 폭발물을 원격조종, 폭발시킨게 아닌가 추리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측통들은 범인들이 시한폭탄을 장치, 전대통령이 입장하는 10시30분정각에 터지도록 해놓았으나 약간의 착오로 예정보다 2분 앞당겨 폭발한것으로 분석했다.
관측통들은 범인들이 이날 전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기위해 전대통령이 등단하는 묘소지붕위에 미리 폭약을 매설한 것으로보고 그조직적인 범죄계획의 치밀성으로 보아 북괴의 소행이 틀림없는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이날올린 진혼나팔은 당초 전대통령이 도착하면 참배직전 올리도록되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연습나팔을 불어 이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지 않나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이날 관계당국이 밝힌바에 따르면 버마 문화상은 10시13분께, 이냐 레이크호텔에 체류중이던 서부총리등 한국대표단의 공식·비공식 수행원은 10시18분께, 영빈관에 체류중이던 함병춘비서실장등 수행원은 10시21분께, 이대사는 10시25분께 각각현장에 도착, 묘소앞으로 등단, 2열횡대로정렬하고있었다.
아웅산묘소는 항영독립투사들의 유해를 안치한 우리나라의 국립묘지 같은것으로 목조기와 건물안 중앙에 버마독립의 영웅으로 추앙받고있는 「아웅·산」장군의 묘가 있고, 좌우에 4기씩 다른 독립투사들의 묘가 대리석으로 되어있으며, 전면벽위에는 이들 독립투사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아웅산묘는 버마에서는 전국민들이 성역으로 받드는 곳으로 되어있다.
[랭군=송진혁특파원]

<부상자들>
랭군의 육군제2병원에 입원중인 13명의 한국인부상자중 이기백합참의장·이기욱재무차관·임삼택문공부사진과직원·최봉영연합통신사진부장을 제외하고는 대개가 비교적 경상이란 현지보고.
이기백합참의장도 용태가 개선되고있으며 이재무차관은 복부에 파편을 맞아 수술을 했고 얼굴에도 화상을 입었으며 아직 의식불명.
문공부의 임씨와 연통의 최부장은 다른 사람보다는 부상이 심하나 의식은 있다.
부상자중 중앙일보 송진혁기자는 폭발시의 열기에 두손으로 얼굴을 가려 양손등과 얼굴의 일부에 약간의 화상을 입었다. 연합통신의 김기성기자도 얼굴에 화상을 입었으며, 동아일보외 최규철기자는 오른손 팔목에 파편을 맞은정도의 경상이란 얘기다.
최재욱청와대공보비서관은 양쪽 손등과 이마에 파편이 스치고 지나갔으며 몸다른부위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다.
한편 부상자중에는 부상정도가 가장 경한 문화방송의 문진영, 경향신문의 윤구기자는 응급조치만 한뒤특별기에 동승, 10일새벽 귀국했다. [(주)한양의 김재혁비서실장 (전본사기자)과의 현지통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