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쫓기는 음식점 배달원에게 10만원권 수표 준 뒤 "거스름돈 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컬러 프린터로 10만원권 수표를 대량 복사해 만든 위조수표로 배달음식을 주문한 뒤, 현금 거스름돈을 챙겨 생활비를 대려면 2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박모(22)씨는 성인이 된 이래 줄곧 무직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몇달에 그쳤고, 일을 구해보려고 쉽지 않았다고 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물건을 판다고 하고 돈만 챙기다 경찰에 적발되는 등 전과만 7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중에 남은 돈이 점점 줄어들던 중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기술자들’을 보게됐다. 이 영화엔 주인공 남성 인쇄기로 위조수표를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박씨는 즉시 인터넷에서 컬러프린터와 A4 용지를 대량으로 구입했다. 은행에서 10만원권짜리 자기앞수표를 한장 발급받은 뒤 복사해봤다. 자세히 살펴보지만 않는다면 진짜 수표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함부로 수표를 썼다간 금방 경찰에 덜미를 잡힐 위험이 있었다. 박씨는 음식점 배달원들이 시간에 쫓기는 나머지 꼼꼼하게 수표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에 눈을 돌렸다. 어스름한 저녁에 골목길 쯤에서 주문을 하면 문제없이 현금으로 주는 거스름돈을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박씨는 두달 간 13차례에 걸쳐 서울 성북구와 경기도 의정부, 평택, 수원 등의 주택가 골목길에서 한번에 2~3만원 어치 음식을 시키고 거스름돈 7~8만원을 챙기는 형식으로 130만원을 벌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수표를 대량 위조한 혐의(부정수표단속법 위반)로 박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박씨가 복사한 수표 149장을 확인했지만, 더 많은 양을 유통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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