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악" 조명…극복 의지 표출|노벨문학상 수상자 「골딩」의 문학과 생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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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엄·제럴드·골딩」(William Gerald Goding)은 극작가·시인·음악가·고고학자등 여러분야에서 활약했고 43세가되어 이번 수상작인 『파리대왕』을 출간하여 처녀작이자 출세작인 이 작품으로 명분을 얻었다. 「골딩」의 작품은 신화·우화·상징적수법·심리적기법등 많은 문학적 표현수단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수상작인 『파리대왕』도 이러한 수법의 한 전형이다.
그는 그의 수상작 『파리대왕』을 스스로 설명하는 자리에서 『인간과 인간사회를 분석하는 20세기의 모든 지적방법을 종합하여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그가 2차대전을 겪고나서 느낀 당시의 상황이 결코 과거의 도식적 상황인식으로는 소설을 쓸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기 때문인 것 같다.「골딩」은 『인간성의 결함에서 사회의 결함의 근거를 찾아내려는 것이 내 문학의 주체다』라고 말하고있다.
그는 사회의 형태는 개인의 윤리적 성격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고 외관상 아무리 논리적이고 홀륭하다 하더라도 정치체제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하고있다.
「골딩」은 2차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인간은 자신을 도덕적으로 완성 시킬수있는 존재로 생각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40년 2차대전의 발발로 영국해군에 임대하여 비스마르크호의 격침작전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하고 돌아온 그는 『꿀벌이 꼴을 만들어 내는것과 똑같은 행동으로 인간은 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인간성의 결함이 사회의 결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골딩」이 그의 작품에서 상징해 내고 있는 인간성은 「악마」적인것으로 나타난다. 「골딩」은 인간이 그 근본적인 악과 대면하기 전에는 자기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 그리고 자기가 속해있는 세계에 대한 옳은 삶을 얻을수 없고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기만적 인생, 또는 영적으로 죽은 인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골딩」은 그의 주요작품을 통해 악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며 인간은 자기와 자기 세계에 잠재해 있는 이 악과 어둠을 알아야하고 그 깨달음을 통해 자기이해에 도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골딩」의 소설에서는 자기만의 생을 사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악과 어둠에 저항하고 대항하는 선과 빛의 세력이 도처에 있는데 그것은 갈등의 형태로 제시되면서 그의 문학의 한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그의 작품은 한마디로 인간의 본성과 그 사회에의 반영이라는 현대사회의 심층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그것을 그는 다층적인 구조를 통해 표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파리대왕』에서 그가 뚜렷이 나타내고자 한것도 그러한 것이다. 그는 인간이 그 자신이 걸치고있는 문화라는 옷을 벗어 던지고 야만적 미개상태에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오늘의 문명사회가 걸치고 있는 정의나 질서, 인간다운 점잖음 따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문학평론가 김용권교수(서강대·영문학)는 말하고있다.
다방면의 취미와 명성을 날려온 그는 타고난 예술성과 지성을 짙게 풍기는 얼굴에 은회색의 수염이 특징으로 중키에 민첩하고 다정다감한 면모를 가지고 있어 「바이킹 같은 얼굴」 을 하고있다고 말해지기도한다. 『파리대왕』은 63년이후 서유럽에서 4백50만부가 팔려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리고 2년후에 나온 『핀처·마틴』도 걸작 장편으로 기록됐다.
「골딩」은 영국서부의 전원지역인 콘월에서 시골학교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한때 과학교육을 받기도 했으나 옥스퍼드대학으로 진학하면서 과학공부를 집어치우고 영국 고어공부에 전념했다.
젊었을때의 그의 극작·음악·고고학등에 대한 조예가 그의 작품을 깊이 있게 했으며 그의 문학세계를 자유분방하게 하기도 했다.「골딩」의 『파리대왕』은 언뜻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이 절박한 상황속에서 벌이는 모험담 같지만 무인도에 설정된 어린 소년들은 하나의상징적 인물들로 마지막소년들이 구조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편이 현실을 암시하는 상징성을 띠고있다.
그의 또 하나의 대작인『핀처·마틴』도 대서양의 절해고도에 갇힌 한 해군장교를 통해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힘없는 의지와 이 의지를 위협하는 죽음의 힘과의 가열한 대립을 묘사하고있다. 두 작품이 다 「고립된섬」에서의 인간존재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그에게 있어 「섬」은 그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배경이 되고있으며 인간성의 모든 문제가 작열하는 문학의 장이 되고있다.
「골딩」의 작품 『파리대왕』은 15년전 영문학자 유종호교수에 의해 번역되었으며 그의 또 하나의 작품『후계자들』은 설순봉씨 (서울여대교수)에 의해 번역되어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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