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겹친 축구 유망소년|보인중 3년 센터포워드 김영섭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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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골수암을 앓던 어머니를 여읜지 8개월만에 아버지마저 두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교통사고를 당한 소년축구의 유망주가 시련을 이기기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불의의 불행이 겹친 소년축구 왕은 보인중 3년에 센터포워드로 뛰고있는 김영섭군(15· 서울 상일동165).
지난달 29일 서울시장기쟁탈 전국중학교 축구대회 준결승전에서 문일중에 5-4로 이기던 날 아버지 김종채씨(타)는 트럭(운전사 윤동·48)에 치여 중상을 입고 한양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밤새 뜬눈으로 아버지를 간호한 김군은 아무에게도 내색을 않고 다음날 결승전에 나갔다. 결과는 용문중에 2-0으로 패했다.
『축구에 인생을 걸어보려 했는데 어린 저에게 너무 시련이 가혹한 것 같습니다.』
김군은 중3짜리가 키 1m80㎝에 체중 65㎏으로 장신 센터포워드가 부족한 우리나라 축구계에서는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
그러나 김군은 지금 축구를 더 해야할지 회의에 빠져있다.
『어머니를 암으로 여의었을 때 좌절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힘으로 버텼는데 아버지마저 두다리를 자르는 중상으로 눕고 보니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힘이 빠집니다.』
김군의 집은 5평짜리 비닐하우스. 아버지 김씨의 막노동으로 세동생과 함께 살고있다.
사고를 낸 엘프트럭 차주 김옥순씨(50·여) 도 딱한 실정. 3년전 남편을 잃고 분식센터·옷장사 등을 하다 지난5월 엘프트럭 한대를 사 야채장사를 시작했다.
여자 홀몸으로 8남매를 뒷바라지하기조차 힘들어 트럭은 종합보험조차 가입 못해 보험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김씨의 두다리 절단에 드는 수술비는 1천여만원. 차주 김씨는『있는 재산 모두 처분해서라도 급한 수술비는 대겠지만 완치될 때까지 치료비가모자라 큰 죄를 지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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