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습 만화로 체계화한 우리 신화를 읽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득히 먼 옛날, 어느 현인의 지혜와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지혜로운 지도자와 그 집단의 지지를 받으며 더욱 풍성해진다. 그리고 후대로 전해지면서 신성한 이야기가 되고 그 사회의 규범이 된다. 바로 신화의 탄생인 것이다.

그 신성한 이야기에는 오랜 세월 그들이 관찰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만들어 낸 참지혜의 정화가 녹아 있다.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사람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주와 자연은 어떤 질서로 움직이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이 들어 있다. 나아가 가장 존중해야 할 덕목과 가치관이 무엇이며 또 금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그 이야기에 담아 두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땅에서 만들어진 신화들은 유럽처럼 뚜렷이 전달되고 있지 않다.

『만화 한국 신화』는 변방으로 흩어진 우리 신화를 최초로 체계화했다. 학자들은 기존에 연구한 결과를 취합하고 재연구하여 우리 신화를 하나의 고리에 꿰는 작업을 시도했다. 여기저기 쪼개진 이야기를 체계화 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해 다듬었다.

『만화 한국 신화』시리즈는 총 10권 시리즈로 기획됐으며 이번에 그 첫 번째 책 <천지왕, 하늘과 땅을 열다>이 출간됐다.

고려 시대 이후 불교와 유교가 중심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변방으로 밀려나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던 우리나라 구전 신화 이후 변방 무속인들을 중심으로 구전되어 명맥을 이어왔다. 20세기 이후 손진태, 임석재 등 여러 학자들에 의해 수집·정리됐고, 이후 많은 학자들이 이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시리즈는 천지창조에서부터 시작되는 우리 신화, 학습 만화 최초로 체계화한 작품으로 한국 신화 연구 1세대인 서대석 교수의 연구를 기본으로 6개월간 시나리오 작업을 거쳤다.

특히 천지 창조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 구전 신화 제주도 '천지왕 본풀이', 함경남도 함흥 '창세가' 등 보존상태한 양호한 신화를 포함, 평양 '삼태자풀이', 화성 '시루말' 등 희귀한 국내 신화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한국 신화들을 살펴보면 우리 민족의 고유한 세계관이 담겨있다. 천지 창조와 인간 창조 이야기 속에는 인간을 평등하게 여기고 존중했던 우리 선조들의 정체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 한국 신화 속 인간은 신의 전지전능한 힘으로 만들어낸 창조물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져 생긴 주체적인 존재이다. 또한 타 신화처럼 창조될 때부터 계급을 나눠 귀족과 양민을 구분한 것이 아니라, 동등한 능력을 가진 다섯 쌍의 인간이 인류 번성의 씨앗으로 등장해 인간은 본래 평등한 존재였음을 알린다.

『만화 한국 신화』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한국 신화를 살아 있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재현하여 어릴 적부터 자국의 전래동화, 우화, 고전문학, 신화 등의 자양분을 먹고 있는 유럽의 어린이처럼 우리 어린이도 신화의 깊고 아득한 이야기를 접하며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 저자 소개: 구명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만화 전문 케이블 TV (주)투니버스에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과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했다. 현재 어린이 문화 콘텐츠 발전소인 '미디어러쉬'의 대표로 활동하며,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 주고, 마음의 힘을 키워 주는 책과 만화를 기획 집필하고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