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산하 위원회 위원 인사검증 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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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산하 각종 위원회의 위원을 공직자 인사 검증 대상에 포함하느냐를 놓고 정부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위촉하는 각종 위원회의 위원까지 인사 검증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에 관한 법안을 1일 국무회의에 상정했다. 각종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정책 현안에 깊이 간여하고 있고, 위원들이 향후 주요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사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이 법안은 유보됐다.

법률 개정안은 고위 공무원, 정무직 공무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부투자.산하 기관 임원과 각종 위원회의 위원을 인사 검증 대상으로 하고 있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부모.자녀를 상대로 병역사항, 재산 형성 과정까지 검증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민간 위원에게 공직자 수준으로 까다롭게 인사 검증을 할 경우 위원회 참여를 기피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위원회를 예로 들며 "직계존비속까지 검증한다면 직능대표로 참여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 위원에는 사용자단체와 노동단체 대표 외에 주로 학자들로 이뤄진 9명의 공익위원이 포함돼 있다.

오명 과기부 장관도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과학정책 관련 위원회는 어렵게 부탁해 위원을 모셔오는 경우가 많은데 직계존비속까지 검증해야 한다면 맡아달라고 설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해찬 국무총리는 행정자치부와 인사위에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법안을 올리라며 유보 결정을 내렸다. 행자부는 이견을 조율한 뒤 다음주에 법안을 재상정할 방침이지만 2만 명이 넘는 대통령 산하 위원회의 위원을 모두 인사 검증 대상에 포함하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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