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계정’ 첨부파일 증거능력 쟁점 … 대법,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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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측 이동명 변호사는 10일 “판결문 검토를 끝내고 12일 상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 댓글 사건의 최대 쟁점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통한 선거 개입)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1, 2심은 국정원법 위반(정치 관여)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선거법 위반은 1심 무죄, 2심 유죄로 엇갈렸다.

 원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국정원법 이외에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건 서울고법 재판부가 국정원 심리전단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수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해당 트위터에서 작성된 글을 분석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 1심에서 175개였던 국정원 트위터는 항소심에서 716개로 불어났다. 여기엔 검찰이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김모씨의 e메일에서 확보한 두 건의 텍스트 파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시큐리티 파일’ ‘425지논’이라는 제목의 파일엔 국정원 직원들의 이름과 사용 트위터 계정 목록, 비밀번호 등이 기록돼 있었다. ‘트위터 팔로 수 늘리는 법’ ‘유의 사항’ 등과 같은 업무 지침도 함께 있었다. 김씨는 당초 검찰 조사에서 파일 작성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1심 재판 중 “누가 작성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1심 재판부는 두 개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이 파일 목록에서 추출한 트위터 계정도 모두 증거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두 개의 파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파일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 김씨의 ‘내게 보낸 메일함’에서 발견됐고 ▶업무 시간에 보낸 점 등에 근거해 “심리전단 직원들이 업무를 위해 활용한 문서”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2심의 향배가 완전히 바뀌었다. 김씨의 파일에서 나온 계정 목록 중 국정원 직원 명의가 기재된 계정 등을 증거로 채택한 결과 총 716개가 심리전단이 업무를 위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분석 트위터 계정이 네 배 넘게 늘면서 이를 통해 작성한 트윗·리트윗 글도 11만3621건에서 27만4800건으로 증가했다. 재판부는 이를 선거 개입의 증거라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앞으로 상고심에서 증거 능력 범위와 함께 국정원장이 심리전단의 업무를 일일이 보고받지 않는다는 점 등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이 변호사는 “2심이 추가로 인정한 대로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수와 트윗·리트윗된 글이 대폭 늘었더라도 그게 국정원장이 선거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아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1, 2심 판결이 첨예하게 갈린 데다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법 위반으로 볼지 여부에 대한 판례 형성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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