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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지도부도 전원사퇴… 겉으론 '선거 패배' 속으론 '계파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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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울산 북구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울산 북구는 민노당이 당선권 0순위로 꼽은 지역구다. 민노당의 모태가 된 민주노총의 근거지인 현대자동차 노조 본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지역에서 전임 현대차 노조위원장(정갑득 후보)이 출마했는데도 낙선한 것이다.

선거 패배가 지도부 사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보다 근본적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수면 아래 머무르던 연합파(NL)와 범좌파(PD)의 갈등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즉 선거 패배 후 민노당 지도부를 이끌어온 김창현 사무총장 등 NL계열에 대한 PD계열의 문책성 공세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현재 최고위원 13명 가운데 PD 출신은 주대환 정책위의장 등 소수다. 이 때문에 PD계열은 당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PD 출신은 노회찬.단병호.심상정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민노당 당규는 국회의원의 당직 겸직을 금하고 있어 이들이 직접 당권을 접수할 수는 없다.

이들 대신 조승수 전 의원과 김종철 전 최고위원 등이 PD계열의 대표선수로 당 요직에 중용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조 전 의원은 의원직 경험을 가진 데다 대외관계가 원만해 사무총장 후보 0순위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PD계열이 당권을 잡을 경우 민노당은 향후 더욱더 '좌향 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등 대기업을 집중 공격해 온 3인방은 모두 PD 출신이다.

또 여당과도 적극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도 적극 저지한다는 입장을 내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민노당 지도부는 APEC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놓았지만 적극 실천하진 않았다. 원내 진출 정당이 국가 차원의 행사를 막으려 거리 투쟁을 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민노당은 2일 '국회의원-광역 시.도 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2개월 동안 당을 이끌어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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