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사람’ 블링큰·리퍼트, 서울서 삼계탕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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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방한한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의 첫 일정은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의 ‘삼계탕 회동’이었다. 이들은 7년 전 부터 우정을 쌓아왔다. [사진 리퍼트 대사 트위터]

두 ‘오바미언(Obamian)’이 서울에서 삼계탕 회동을 했다.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 대사와 8일 방한한 토니 블링큰(53) 미 국무부 부장관이 그 오바미언들이다.

 오바미언은 LA타임스 기자 제임스 만이 2012년 낸 책 『오바미언스(Obamians)』에서 따온 말이다. 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치적 신념을 함께하는 젊은 외교 엘리트들을 오바미언이라 이름 붙였다.

 블링큰 부장관은 도착하자마자 리퍼트 대사를 만나 삼계탕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잘 알려진 ‘토속촌’에서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트위터에 삼계탕 먹는 사진을 올렸다. 리퍼트 대사는 “정말 근사한 맛”이라고 했고, 블링큰 부장관은 “첫 일정은 삼계탕 저녁 식사. 마크의 따뜻한 환영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연말 취임한 블링큰 부장관은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

 블링큰 부장관은 9일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조태용 1차관과 만나 동북아 정세 등에 관해 논의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나올 것인지 여부는 북한이 선택할 문제지만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기 전까지는 압박을 계속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선 “사드는 유용한 시스템이지만 아직 관련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고 했다.

 블링큰 부장관이나 리퍼트 대사 모두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사들이다.

 이들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함께 일했던 2008년부터 호흡을 맞췄다.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 블링큰 부장관은 현재 부통령인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의 보좌관이었다. 리퍼트 대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토니는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고, 나는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백악관에서 또 같이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오바미언으로 불리지만 블링큰 부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때 정계에 입문했다. 유럽 담당 차관보였던 리처드 홀브룩이 그를 기용했다. 이후엔 바이든 부통령의 심복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2011년 리비아 공습 결정 때는 이를 반대하는 바이든 부통령과 백악관 상황실에서 공개적으로 언성을 높인 일도 있다고 한다. 바이든 부통령은 2013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무슨 일이든 해내는 ‘수퍼스타’”라고 표현했다. “오바마가 나와 함께 4년 동안 일하더니 깨달음을 얻고 블링큰을 훔쳐갔다”고도 했다. WP는 그를 출중한 능력의 외유내강형 인물로 묘사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선임연구원으로도 일했다. 아버지는 주헝가리 미 대사를 지낸 도널드 블링큰이며, 계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탈출한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저명한 법률가인 새뮤얼 피사르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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