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과 귀-밤낮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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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새벽6시, 『툭』 하고 대문 안에 떨어지는 조간신문 배달소리에 눈이 떠진다.
『어제 오후 혹시 우리 중앙일보가 배달이 안된 사고는 없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더 이상 자리에 누워있을 수가 없다.
살고있는 서울 응암동 집에서 송파보급소까지는 택시로 40분이나 걸린다. 집을 나서 사무실까지 달리는 이 40분 동안 나의 머릿속은 내 관할지역에 대한 정보와 오늘의 해야할 일이 정리되는 시간이다.
송파·가락·석촌·방이·오금·문정 등 6개 동 1만8천5백가구가 바둑판처럼 선명하게 펼쳐진다.
이 바둑판 위에서 나는 오늘의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다. 한 명의 독자를 더 확보하고 한 부의 중앙일보를 더 보급하기 위해선 인내와 부지런함, 정확한 정보, 중앙소년들의 단결력, 그리고 자기 체력과의 싸움을 벌여야하는 것이다.
송파지국은 서울의 어느 지역보다 발전속도가 빠른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신흥개발지역으로 매일이 다르게 상가가 들어서고 아파트가 세워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들고있다.
상오7시, 라면으로 아침요기. 전직원을 아파트촌에 새로 입주하는 가구에 배치하고 나면 나는 독려에 나선다.
밝고 건강한 미소의 중앙보급소 직원들은 열심히 정성 들여 이삿짐을 나르고 있음을 확인한다. 주인을 찾아 나는 우리신문이 요즘 어떤 기사가 인기가 있고 어떤 지면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자세히 설명, 꼭 중앙일보를 구독해줄 것을 정중히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한 부, 중앙가족이 늘어난다.
하오2시, 하루 일과 중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간이다. 지국 전직원과 중앙소년에게 완전배달을 위한 교육을 시키는 시간이다. 『한차례의 배달사고가 오늘 여러분과 내가 땀 흘려 만든 중앙가족을 잃는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중앙소년의 건각들이 뛰어나간다. 하오5시, 중앙소년과 직원들이 돌아오면 내일의 확장을 위한 의견종합분석 작전이 짜여진다.
하오7시, 모두가 퇴근한 텅 빈 사무실을 나는 지키고 있어야한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혹시 신문배달이 안됐다는 독자전화가 아닐까…』 가슴이 철렁한다. 간혹 일어나는 이런 배달사고에 대비하는 것이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단 한부의 신문을 보내기 위해 나는 손수 차를 몰아야한다.
그러나 어느 기사가 좋아 중앙일보를 구독하겠다는 자청독자전화가 올 때는 눈물겹도록 고마움을 숨길 수 없다. 하오8시, 이번 KAL기 사고로 나의 관내 독자중의 한 분이 희생됐다. 그분은 반도아파트에 살던 창간독자였다. 국화송이를 정성 들여 싸 미망인을 위로하고 고인의 영정에 명복을 빈다. 밤9시, 서울의 동쪽 끝 송파에서 서쪽 끄트머리의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온몸이 뻐근해도 하루하루 늘어가는 중앙가족 생각에 머리는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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