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성인병-만성피곤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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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매일 환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의사라는 직업도 그리 평한 직업은 아니다.
사실은 심신이 상당히 피곤하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한 것은 병원에 오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의사를 찾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피곤한 의사가 피곤한 환자를 돌보아야 하니 그 관개가 참으로 묘하다고 하겠다.
그만큼 오늘의 사회를 사는 사람에게는 이 피곤이라는 용어가 거의 입버릇처럼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의학적으로 보아 「피곤」이라는 의미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체적 피곤이고 둘째는정신적 피곤, 즉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느끼는데서 생기는 피곤이다.
이 같은 피곤증을 나타내는 이유로는 대개 다음의 다섯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정신적인 이유로 인한 우울증 등이 있을 때다. 둘째는 결핵·간장염 등과 같이 병균에 전염됐을 경우이고 셋째는 호르몬생성기관의 잘못, 즉 당뇨병·갑상선질환 등이 있을 때이며 넷째는 피가 부족한 경우로 각종 빈혈질환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경계질환인 파킨슨씨병 등이 피곤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위에 들은 다섯가지가 피곤증을 나타내는 원인의 95%를 차지하고있다.
이중 특히 중년기에 있어서 가장 걱정해야할 것은 우울증으로 인한 피곤과 우리 나라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는 간장염이다.
우울증의 증세는 대개 다섯가지로 표현되는데 첫째, 머리가 아프고 둘째, 식욕이 떨어지며 셋째, 성욕이 감퇴되고 네째, 수면의 변화로 불면증·다면증 등이 오며 다섯째로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기분 등이다.
간장염은 학계의 보고에 의하면 전 인구의 10∼15% 정도가 감염되어 있다고 한다. 간장염의 가장 두드러진 증세는 피곤이다. 한 환자는 『폭싹 주저앉고 싶다』는 표현으로 간장염의 피곤을 설명한다. 물론 메슥거리고, 소변이 간장색깔이고, 황달증세도 나타나지만 이것은 병이 좀 진행된 뒤의 이야기이고 초기증세는 피곤증이다.
이 외에 빈혈도 그 첫 증세는 역시 피곤증이다. 빈혈은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데 그 이유로는 생리·출산 등으로 피의 손실이 많은데 비해 균형 있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피곤증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잠 한숨 푹 자고 나면 개운해지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고 정상이다. 그러나 잠을 자도 풀리지 않고 위에 열거한 이 여러 증상이 동반되는 등의 경우는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보면 피곤증의 원인을 거의 찾아낼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는데 꼭 기억해야 할 것은 피곤증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질환이 치료기간이 최소한 수주일이 되므로 인내심을 갖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중에 간장염이나 우울증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간장염은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가 치료법이며 우울증은 항우울제라는 약을 먹으면서 정신과적치료를 받는 방법밖에 없다. 윤방부<연세대 가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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