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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전통 창호로만 바꿔도 깜짝 변신, 아파트야? 한옥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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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여성중앙 제공]

한옥살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리라. 그러나 한옥 짓기란 꿈 속에서나 가능할 법하고 요즘 유행한다는 한옥풍 인테리어 또한 큰돈 들어갈 생각을 하면 그저 그림의 떡일 뿐.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간단하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옥의 단아한 분위기를 아파트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전통 창호나 고가구, 조명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 전통 창호로 바꾸기=방문이나 실내 쪽 창문의 문짝을 전통 창호로 바꿔 달아 보자. 이마저 번거롭다면 문짝 두세 개를 연결해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로 사용할 수도 있다. 바닥이나 벽지 등 다른 인테리어 공사 없이 단지 전통 창호 하나가 더해졌을 뿐인데도 공간은 아주 예스럽게 변한다. 격자나 빗살, 아(亞)자형 같은 기하학적 패턴이 반복되는 한옥 창호의 문살은 묘하게도 어떤 공간, 어떤 가구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창호만 추가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게다가 서양식 문과 달리 공간을 분할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창호 너머의 내부가 드러나 보여 훨씬 시원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전통 창호를 구하기가 쉬울까. 가가도시건축의 조정구 소장은 "일반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전통 창호를 짜줄 목수를 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전통 창호는 기성품이 없어 아무 데서나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골동품을 찾아나설 수도 없는 일. 하지만 경기도 광주의 상원목공 등 한옥 짓기를 전문으로 하는 목공소에 주문하면 사이즈부터 디자인까지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만든 수공 문짝을 구할 수 있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문짝 하나에 15만~25만원 선으로 정교한 문살이 없는 현대식 짜맞춤 문짝에 비해서도 결코 비싸지 않다.

▶▶ 고가구.고재가구 놓기=고가구나 오래된 한옥을 뜯어낸 수백 년 된 나무로 만든 고재(古材)가구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붙박이형 신발장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신발장을 없애고 반닫이를 들여놓을 수 있다(아래 스케치 참조). 반닫이는 보기도 좋지만 들고 날 때 신발을 갈아 신는 우리로서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준다.

한옥 밀집지역인 서울 북촌에서 한옥을 짓고 고쳤던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의 황두진 대표는 "서울 장안평 등에서 파는 우리 고가구는 비슷한 성격이나 규모의 일반 가구에 비해 비싸지 않은 데다 실용가구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조언한다.

고가구는 가로로 긴 궤와 높이가 있는 장이 있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건조한 아파트에선 뒤틀리기 쉬운 장보다 두툼한 궤가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궤는 생각보다 수납에도 용이하다.

한편 고재가구는 오랫동안 손때 묻은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드러나기 때문에 전통적인 모양이 아니라 아주 현대적 외양의 가구라도 한옥 분위기가 난다. 소재에 따라 우리 한옥에서 나온 것, 중국 고재를 수입해 제작한 것, 새 목재지만 약간의 가공으로 고재의 느낌을 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 가장 비싼 한옥 고재가 아니더라도 거실 테이블 하나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비싸면 기백만원에 이르기까지 값은 좀 센 편이지만 소장 가치로 볼 때 투자해 봄직하다.

▶▶▶ 조명등 바꿔 달기=가장 손쉬운 아파트 한옥살이의 방법은 소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호롱불 하나로 조명을 대신했던 터라 직접적으로 내리비치는 천장조명보다 아무래도 간접조명이 한옥풍과 어울린다. 하지만 전등이나 스탠드 갓을 바꿔줘 한옥의 은은한 맛을 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싶다면 한옥문화원 강좌가 있다. 일 년에 두 차례씩 강의를 열고 있는 이곳에선 11월 5일부터 12월 말까지 '아파트를 한옥처럼'이란 제목으로 한옥 같은 아파트를 꾸미는 다양한 한옥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볼 만한 책도 많다. '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정민자.중앙M&B)는 기둥 세울 나무부터 고르며 제대로 한옥을 짓는 과정을 쓴 책이지만 부분적으로 차용할 만한 내용도 많다. 예를 들어 전통 벽장을 활용해 여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한옥에서 가구 놓기를 배우는 식이다.

안혜리 기자

한옥 분위기 나도 꾸며 볼까

목수에 따라 다르지만 전통 창호의 가격은 문 한 짝당 20만원 정도다. 대략 가로와 세로 길이의 합이 네 자(120cm)를 넘는 큰 창은 20만~25만원 선이고, 그 아래의 작은 창은 15만원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문살 패턴을 의뢰해도 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한옥 관련 책에 실린 패턴을 보고 직접 디자인해도 된다. 창호의 문양에 상관없이 사이즈별로 가격이 매겨진다. 여기에 창호 철물이나 칠 작업 등의 비용이 추가로 드는데 문짝당 5만원 정도다. 의뢰하면 목수가 집에 와서 그 집의 창틀에 맞는 사이즈를 잰 뒤 짜 온다. 치수 재기에서부터 완성까지 3회 정도 방문해 설치하게 되며 소량이면 15일 정도 걸린다. 구가도시건축에서 소개하는 실력있는 목수로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김종원 목수(상원목공.031-766-4734)가 있다. 심용식 목수(성심예공원.02-715-3342)도 유명하다.

*** 바로잡습니다

10월 31일자 22면 '아파트야? 한옥이야?'기사 중 '가가도시건축'은 '구가도시건축'이 맞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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