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중독에 멍드는 개도국주민|서방석유사서 저질석유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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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로마제국을 멸망으로 이끈 납중독은 지금도 현대인들, 특히 재3세계 주민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이 특히 큰 피해자가 되고있는 이유는 서방석유회사들이 납 함유량이 높은 석유를 이들 지역에 주로 판매, 대기오염의 주원인이 되고있기때문.
예를 들어 말레이지아에서 판매되고있는 석유의 납 함유량은 ℓ당 0.84g인데 비해 서독의 지난76년 납함량 허용치는 0.15g이다.
영국은 지난81년 0.4g까지 허용치를 낮추었으며 앞으로는 납성분을 완전히 제거한 석유만을 사용할계획이다.
지난 79년까지 미국은 75년의 0.45g에서 0.13g으로 납함량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방콕·마닐라·라고스·멕시코시티등 제3세계 대도시의 대기중 납 오염도는 미국환경청이 정한 납오염 최대허용치인 1입방m당 1.5마이크로그램에 비해4∼15배인 6.16∼22.48마이크로그램에 달하는 실로 끔찍한 수준이다.
이들 지역의 교통혼잡지역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들은 납중독에 가장많이 노출돼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을 좀먹고 있는것이다.
납으로 인해 손상되는 신체기관은 뇌와 신경체계·심장·신장등으로, 조기에는 두통과 흥분등의 증세가 나타나는데 치료를 받지않으면 눈이 멀거나 뇌손상·근육약화·안색창백·마비·복통·경련 심한빈혈로 악화되며 사망하는 경우도있다.
특히 뇌와 신경체계가 발육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납성분이 더욱 해로우며 이들은 대사작용이 왕성하기 때문에 어른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납성분을 흡수한다.
미국환경청에 따르면 대기중 납성분의 88%는 석유로부터 나오며 오늘날 미국인의 뼈에서 검출되는 납의 양은 선사시대인간보다 5백배나 더많을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70년대 중반부터의 연구결과는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양의 납성분으로도 정신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고 79년 하버드의대 「니들먼」박사에 따르면 전체어린이의 20%에서 발견되는, 종전기준으로는 무해한 정도의 납함량도 사실은 파괴적인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거대기업인 석유회사들은 납성분제거에 드는 비용을 과장하는 한편 납중독에 따르는 건강상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면서 개발도상국에 계속 납이 함유된 석유를 공급하고있다.
납성분이 없는 휘발유를 사용하면 당장 연료값은 약간 더 들지만 자동차의 엔진유지비는 훨씬 절약되며 환경훼손이나 건강악화등에 따르는 비용을 감안한다면 종합적인 계산에서는 오히려 이익이 될수도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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