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헌재의 동의대 사건 각하, 유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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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헌법재판소가 동의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경찰관들의 유족이 "당시 시위 가담자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5 대 4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순직 경찰관 유족들은 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판단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결정의 제3자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동의대 사건은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89년 5월 3일 경찰이 학생들에게 감금된 동료를 구출하려다 학생들이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지는 바람에 경찰관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법원은 주모 학생들에게 방화치사상죄를 적용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했다. 이런 사법적 단죄에도 불구하고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2002년 4월 시위 가담자 46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수 의견은 헌법소원을 낼 수 있는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기존 판례를 인용하며 "공권력 작용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헌법소원을 낸 경우 기본권이 직접, 법적으로 침해당하고 있는 때에만 자기 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법 집행의 최전선에서 희생된 경찰관들과 유족의 명예는 누가 지켜줄 것인가. 소수 의견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 명의 재판관들은 "민주화운동 결정으로 유족들은 '법을 지키려 순직한 경찰관의 유족'에서 '민주화운동을 억압한 부당한 공권력 측 하수인의 유족'으로 격하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헌법상 보호되는 명예(인격권)의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낼 자기 관련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동의대 사건이 민주화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니 법조계 일부에선 형식적 요건을 구실로 이 사건의 본질적 판단을 비켜 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폭력적 수단이 동원된 시위까지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다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법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이를 방치한 것은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