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디지털국회] '유전자 변형생물체'의 허술한 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환경으로 나가는 유전자변형생물체 관리 방치

사람과 생태계에 대한 영향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부정적 영향을 관리하기 위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 관리가 특별하게 수행된다. 문제는 환경으로 나간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하는가에 있고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형질이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알아내고 방지할 수 있는가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는 환경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자연으로 나갈 리 없고 자연에 나간다 하여도 생존경쟁에서 밀리고 성공적인 번식이 어려워 개체군 유지가 불가한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있기 어렵다. 자연에 나가서 퍼진다 하여도 유전자 조작된 형질이 생태계와 인체에 변화를 야기하고 위해를 가하지 않기 어렵다. 쥬라기 공원의 영화에서도 절대로 보호지역을 벗어날 수 없고 자연에 나가도 증식할 수 없다던 공룡이 보호지역을 벗어나고 증식하며 사람을 해치기에 이른 것을 터무니없는 망상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관리는 환경방출에 집중되어 있다. 환경에 의도적으로 방출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 관리를 집중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환경으로 나가지 않게 하면 된다는 방식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환경으로 나가게 되어 있으면 관리의 요점은 환경에 방출되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 국한하는데 있지 않고 환경으로 나가는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데 있다. 유채기름을 얻기 위하여 수입한 유채종자가 길에 떨어져 길가에 유채꽃을 피운 일이 일본에서 일어났다. 환경에 방출할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아니었으나 운송 중에 길에 떨어져 길가에서 자란 것이 유전자변형된 유채이다. 환경방출에 국한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관리방식을 취한 것이 옳지 않다.

사업자의 선의와 기술적인 완전성을 신뢰하는 안전관리와 품질관리는 세상에 없다. 안전과 품질에 대한 기준과 관리체계에 따른 안전과 품질이 있을 뿐이다. 농작물이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에서 샤프펜이나 유아용품에 이르기까지 안전과 품질은 그에 대한 기준과 관리체계의 범위에서 결정된다. 유전자변형생물체도 다르지 않다. 의도적으로 환경에 방출하는 생물만 문제 삼고 기술적 결함이나 한계나 다른 이유로 환경으로 나간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사업에 불가피한 요소로 인식하여 관리대상에서 배제되고 달라지는 것은 안전성 관리에 구멍을 낸 일이나 다름이 없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환경중에서의 거동은 유독물질의 환경중에서의 거동보다 심각한 화를 자초할 여지가 있다. 유독물질은 아무리 독성이 심각해도 양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나 유전자변형생물체는 관리되는 환경을 벗어나 자연환경에서 대규모로 늘어나고 다른 생물체로 조작된 유전형질이 전이되고 유전체계를 교란하면서 문제가 증폭되고 확산된다. 유전자를 조작한 생물체나 그 구성요소에 대한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생물안전성의정서를 낳게 된 배경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농업 및 수산용과 보건의료용과 환경정화용 등으로 환경정화용 유전자변형생물체에 국한하여 환경안전성을 환경부가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관리체제가 틀렸다. 환경방출용 유전자변형생물체의 환경안전성 관리에 대한 환경부의 업무여지를 두었으나 환경방출용이라도 농업 및 수산용과 보건의료용 등의 환경안전성 관리의 1차적인 책임은 농림부 및 해양수산부와 보건복지부로 되어 있어 환경부는 환경안전성관리의 업무 중심에서 밀려나 있다. 안전성관리에 노란 불이 들어온 형국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대대적으로 재배되고 사육되는 시대를 맞아 생물안전성이 이 시대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하였던 생물체가 경작지나 축사로 쏟아져 나오면서 생태계보다 사람이 먼저 유전자변형생물체와 부딪힌다. 일상 먹는 옥수수와 콩 제품은 물론이고 토마토와 다른 과일에 이르기까지 유전자변형된 곡물과 과일과 야채가 상에 오르는 세상이다. 유전자변형작물에 이어 유전자변형가축이나 유전자변형생물체에서 나온 사료를 먹이로 키워진 가축의 가공품이 상에 오를 태세다.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먹고 사는 세상에서 인간의 건강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품과 의약품으로 나온 일에서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성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관리당국인 것이 맞으나 인체영향은 의외의 경로를 통해서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산이나 들에서 접하지 못한 꽃가루나 동식물의 구성요소에 노출되고 그로 인한 알레르기와 이상반응이 나오는 경우에는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당국이 관여할 길이 없다. 환경 중에서의 문제인 때문에 농수산업 생산과정과 생산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당국도 관여할 일이 없다. 환경에서 일어난 문제는 환경을 다루는 환경부가 책임질 문제이나 농수산용과 보건의료용 등의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관리에서 환경부가 배제되어 문제가 터졌을 때 추적조차 쉽지 않게 되었다. 유전자변형생물의 관리체계에 애초부터 구멍을 둔 형태다.

유전자변형생물체나 유전자변형생물체를 먹이로 키워진 가축을 식품원으로 하는 인간과는 달리 자연계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서 자유로울 것 같으나 이도 그렇지 않다. 환경으로 나간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자연에서 변형되고 자연에서 번성하고 자연에서 야생의 생물과 또 다른 형질의 새로운 생물체를 낳으면서 생태계의 교란과 피해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자연환경을 관리하는 일에 충실하자면 자연환경에 들어오는 이상생물의 경로와 실체를 아는 것이 핵심이다. 유전자변형생물체나 그 구성요소가 환경방출용이든 아니든 환경부가 경로를 추적할 필요가 있고 있는 환경에 방출한 것이든 환경으로 방출하지 않은 것이든 잠재적인 오염원의 관리에 준하여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이동양상을 알아야 할 이유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을 다루는 기틀이 마련되었으나 문제점이 드러났다. 국제사회는 유전자변형생물체가 환경에 들어가 인체에 미칠 영향을 관리하기 위하여 생물안전성의정서를 발효하여 대응하여 왔다. 미국이 생물안전성의정서에 반하고 있으나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 관리를 위한 교역과 생산 유통 등에 대한 특별관리가 세계적인 대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교역과 생산 및 유통관리에 관한 법을 정비하고 산업자원부를 행정당국으로 한 관리체계를 들였으나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관리의 주무당국은 산업자원부가 아니라 환경부인 것이 맞다. 산업자원부는 유전자변형생물 이용을 포함한 생명산업과 생명산업을 포함한 산업전반의 발전을 위한 국가적인 업무가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관리는 자연환경과 인체의 환경영향을 다루는 환경부에서 총괄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 많은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다. 환경부는 할 일을 하지 않아 잘못했고 산자부는 안 할 일을 하여 잘못하였다.[디지털국회 김종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