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초안이지만 정부안은 아니고” … 오락가락 이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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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의 기초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예.”(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정부안은 공무원단체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 아시죠?”(류영록 공무원노조총연맹 위원장)

 “정부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이근면)

 “그럼 이건 뭐라고 표현하면 좋겠습니까?”(조원진)

 “정부위원이 가진 안입니다. 정부안으로 제출된 게 아닙니다. 오해하셨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이근면)

 5일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4차 회의에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오락가락’ 발언으로 혼선을 빚었다. 이 처장은 앞서 이 기구 위원인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가 “정부가 검토하는 안이 있다는데”라고 운을 떼자 준비해온 자료를 읽었다. 그는 처음에 ‘정부 기초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소속 위원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가 “그렇게 중요한 내용을 답변 형식으로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발언했다. 류영록 공무원노조총연맹 위원장은 “정부안은 노조와 협의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맞지 않다”고 항의했다.

 논란 속에 정회가 선언됐고, 1시간20여 분 뒤 속개된 회의는 이 처장이 발표한 안에 대한 ‘이름 짓기’에 대부분의 시간이 쓰였다. 이 처장은 “기구에서 논의할 수 있는 생각이 제시된 안” 등으로 표현하다가 “정부의 안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후퇴했다. 유감을 표하며 해명자료를 내겠다고도 했다.

 이 기구는 지난달 8일 20명의 위원으로 출범했다. 이 처장은 앞선 회의에서 “정부는 왜 안을 제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날 이 처장이 ‘기초안’을 제시한 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느닷없이 정부안을 내놓는 식으로 신뢰를 깨뜨리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새누리당안을 보완하고 지지하는 차원에서 (새누리당과) 교감하에 만든 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통 없이 갑작스럽게 추진하는 개혁은 불신과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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