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없는 증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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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사실이 백일하에 완전히 밝혀졌다. 소련이 비무장민간여객기인 KAL기를 미사일로 격추시키고서도 변명과 날조를 획책한지 엿새째인6일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도 변명하거나 호도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공개된 것이다.
일본정부는 6일상오 소련요격기가 지난l일 새벽 사할린부근 해역에서 KAL여객기를 미사일을 발사, 격추시킨 당시 전투기와 소련지상기지와의 교신내용 가운데 일부를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일본 레이다망이 녹음한 이 교신내용에 따르면 소련전투기의 추적을 받고있던 KAL기가 추격당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들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의미로 KAL기의 비상등을 깜박거리고 있음을 지상기지에 분명히 보고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전투기는 목표에 8km거리까지 가까이 접근, 점멸하는 비상등 무시한채 미사일을 조준, 발사준비를위한 스위치를 올렸고 발사, 명중을 지상기지에 태연히 연락하고 있었다.
교신육성이 담긴 이 테이프에 의하면 소련요격기가 KAL기의 비상등이 깜박거리는 것을 감지하고 이에 접근, 미사일의 발사준비 스위치를 넣기까지 무려 3분30초 이상이나 목표물을 주시, 관찰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표물이 정기문항 시간을 비행하는 비무장 KAL여객기임을 충분히 알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KAL기가 자신의 잘못된 항로 진입을 인정하고 소련기의 지시에 따르겠다는 의사표시를 비상등점멸로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격추시켰음이 드러났다.
생생한 육성이 그들의 고의적 만행을 있는 그대로 입증한 이마당에 다시 무엇이라고 그들의 비인도적 처사를 변명할 것인가.
소련은 KAL여객기를 『미국의 첩보비행기로 오인했다』느니 『워싱턴당국이 미국을 떠나 소련영공을 침범했던 KAL여객기를 이용하여 감행한 반소도발행위』 라느니 하면서 역습을 꾀하려들고 있다.
이것도 전혀 사리에 맞지않은 생떼라는 사실도 명백하다. 미국첩보기와 KAL점보기는 그 크기와 외모가 전혀 다른 기종이라는 점과 KAL이 정기노선을 운항하는 여객기라는 사실을 영공을 감시하고 있는 소련의 방공통신망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을것이다.
소련 방공군사령관 「로마노프」란 자는 『소련은 영공을 침범한 비행기를 사격할 권리가 있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KAL기가 소련의 영공을 침범했다 하더라도 무력격추는 민간항공의 안전운항을 보장하고 있는 국제법 위반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73년2월 이스라엘 공군기가 당시 그들이 점령중이던 시나이반도 상공을 침입한 리비아여객기를 격추시켰을때 소련은 이스라엘이 『살인만행을 했다』고 통렬히 비난했던 사실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이제 소련이 KAL기를 격추시켜, 15개국 국민 2백69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은 사실은 고의적이고 야만적인 공중학살이었음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수 없는 사실로 입증됐다. 소련은 무엇을 주저하고 있는가. 사실을 솔직이 인정하고 세계인류 앞에 사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모든 피해를 보상하고 다시는 이러한 잔인한 만행을 저지르지 않을것임을 보장해야한다.
세계의 여론은 소련의 만행은 물론, 그 만행을 숨기고 왜곡하려는 그들의 음험한 기도를 규탄하고 있다.
더이상 그들의 야만적 학살행위를 은폐하거나 왜곡하려 든다면 소련은 모든 인류와 자유세계로부터 고립과 조소를 면할수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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