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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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KAL기의 피격과정은 전율을 금치 못하게 한다. 소련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의 전자무전장치는 그 과정을 소상히 녹음해 놓고 있다.
소련 요격기는 KAL기를 추척하면서 『상대방이 눈치를 못챈것같다』는 말을 했다. 요격기 조종사가 지상본부에 보고한 말이다. 도디어 격추 순간엔『조준, 발사, 명중』의 보고까지 했다. 이 모두를 미·일은 이미 감청하고 있었다.
적정을 탐지하는 감청장치는 라디오의 발달과 더불어 비약을 거듭해 왔다. 무선전파가 레이다와 결합되면서 영상과 음향을 동시에 포착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은 지금 일본내에 4개소의 감청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사할린과 연해주일대 소련 극동군의 움직임은 24시간내내 감시된다. 중요한 것은 5분이내에 워싱턴의 NSA(국가안전보장국)에 보고된다.
「슐츠」장관이 KAL기의 피격확인을 뒤늦게 발표한 것도 미국의 전자정보전의 위력을 소련에 노출하기가 싫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클랜드전쟁때도 이 감청부대의 위력은 대단했다. 전투부대에 내리는 아르헨티나사령부의 명령이 미국측에 의해 수시로 감청돼 영국군에 전달됐다. 패전후 아르혠티나가 미국을 비난한 직접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감청능력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첩보위성이다. 미국의 페레트위성은 소련내의 모든 통신을 도청한다. 미사일기지로 보내지는 지시는 물론, 지상에서 첩보위성에 보내는 통신까지 모두 도청한다.
이들 첩보위성은 음향만 잡아내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빅 버드나 KH11 위성은 15cm가 넘는 지상물체는 모두 식별한다. 이러니까 소련의 밀작형, 미사일 격납고의 건설, 폴란드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대이동도 비밀이 될 수 없다.
또 벨바위성은 지구상의 모든 핵폭발을 감시한다. 만약 어느 곳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면 수초만에 미사일의 목표까지 찍어낸다.
소련도 첩보위성에선 미국에 뒤지려 하지 않는다. 해마다 50개이상의 첩보위성을 발사한다. 이가운데 고리존트, 라두가, 에크란등은 소련의 국내및 국제통신 수요를 충족시키는「평화적」역할도한다. 그러나 기본임무는 범세계적감시와 반보역할을 한다.
감청장치의 기본은 지상에 있건 우주에 있건 소리를 전파로 수신해 다시 음역으로 재생하는 것이다. 어느 종류의 기기를 사용하는지 각국은 극비에 붙이고 있다.
위협세력에 포위된 우리도 전자감청장치에 보다 신경을 쓸때다. 멀리서 다가오는 위협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이런 장치들을 우리도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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