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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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들은 우리의 추격을 모르는것 같다.』
소련전투기는 지상기지에 이런 보고를 하고 있다.
소련전투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는 KAL기를 쫓아가 느닷없이 공격한 것이 분명해진다.
소련전투기는 항로를 이탈한 KAL기에 대해 아무 사전 경고도 없이 무조건 공격했다.
그러나 그 공격은 전투기의 조종사가 멋대로 행한 것은 아니다.
엄격한 소련 공군의 명령계통과 조직은 조종사의 공적수행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또 소련은 1944년 국제적인 영공침입 항공기 처리규정에 합의하고 있다.
소련요격기는 먼저 침입기를 식별하도록 명령받고 있다. 그리곤 침입기와 무전연락을 취한다. 그게 불가능하면 침입기의 앞쪽에서 날개를 흔들어 착륙신호를 한다.
침입기가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도 성급하게 공격은 삼가야 한다. 우선 침입기의 옆으로 돌아가 한발 혹은 몇발을 경고로 발포해야 한다. 물론 기체를 향해 발포할 수는 없다. 그래도 침입기가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 조준 발포를 한다.
전에 미국공군 정보국장을 지낸「조지·키건」은 그때도 발포명령은 크렘린 최고위층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 관례라고 지적한다.
그 명령수수는 2∼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소련의 요격기는 몇단계 규정을 생략하고 있다. 식별다음에 있어야할 교신노력과 장고과정을 없앴다.
군용기와 민간기의 교신은 보통은 불가능하다. 주파수 대역이 다른 때문이다.
민간기는 초단파 (VHF) 군용기는 극초단파(UHF)를 사용한다.
그러나 국제항공협정에 따라 비상시에 사용되는 4개의 긴급 구조통신용 주파수가 약속돼 있다. 이 사이클에 맞추면 여객기와 전투기도 교신이 가능하다.
그 교신은 음성통신이라 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다. 사용 언어문제다.
하지만 조종사 사이엔 만국 공통의 비상 약속 언어가 있어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기체로 의사를 전할 수 있다. 「경고」행동이다.
그 경고에 따르겠다는 신호도 있다. 날개를 흔들든지, 양쪽 날개의 황색등을 점멸하는 것이다.
보도로는 KAL기가황색등을켰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절차가 소련인에게는 무시되고 있다.
5년전 무르만스크에 비상착륙했던 김창규기장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증언했다.
『단 한차례의 사전경고도 없이 비행기 뒤편에서 발사한 미사일을 맞았다』
무기를 가진 자의 기체공격은 비열한 범죄일수 밖에 없다. 「교신」을 거부하는 자들과 함께사는 고통은 두말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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