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로 멍든 「아마」야구 한숨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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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최대의 행사를 불과 4일정도 남겨놓고 있는 대한야구협회가 숨을 죽인듯 조용하다.
중단 9년만에 재개되는 제12회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가 오는 9월3일부터 서울잠실구장에서 개막, 열전 9일간에 돌입한다.
이런 행사때면 으례 야구협회는 물론 야구인들이 눈코뜰 사이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이 상례이나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좀 다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숙적 일본을 꺾고 우승, 구기종목사상 여자탁구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정상에 올랐던 아마야구가 스타플레이어의 대규모 프로진출로 올들어 급전직하했기 때문이다.
한미대학야구 제2회 세계청소년야구 대륙간컵 국제대회등 잇단 국제대회에서 기대밖의 부진등이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런 실적에서 열리는 이번대회는 한국아마야구가 LA올림픽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을 측정할수 있는 기회가 될 뿐아니라 실추된 세계정상의 명예를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더욱 침체의 늪으로 빠질것인가가 결정되는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현대표팀의 전력이 사상 최약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는 야구협회로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시름에 잠겨있는 것이다.
이해창 김재박 장효조 심재원 임호균 김시진 한대화등 지난해 대표팀의 주전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대학선수들 중심으로 구성된 현대표팀은 지난해 전력의 50%정도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에 비해 패권을 다투게될 대만 일본등은 지난해의 전력이 그대로인 데다 몇몇 우수선수들을 보강, 더욱 막강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7월 대륙간컵 대회에서 현대표팀이 대만에 19-3으로 대패한 사실이 이를 잘 입증해 주고있다.
어우홍 대표팀감독도 『대륙간컵 대회때보다는 우리의 전력이 무척 좋아졌다. 그러나 대만과 일본이 우리보다 한수 우위에 있는것은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팀의 최대약점은 바로 타력. 지난해 까지만해도 장효조 김재박 이해창 한대화등 굵직한 타자들이 많았으나 이번 대표팀에는 눈에띄는 타자들이 거의 없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거들떠 보지도 안했던 이광국이 이번 대표팀의 간판타자로 부상했을 정도다.
또 선동렬이라는 세계적인 투수를 만들어 주었던 심재원의 뒤를 이을 포수도 없는것도 전력상의 큰 헛점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슬럼프에 빠져있던 에이스 선동렬이 제페이스를 찾아가고 있으며 좌완 박노준과 이상군의 컨디션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한가닥 희망을 갖게하고 있다.
대만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의 주전인 진정중 조사강 양청룡등이 건재한데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5명의 선수를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도 「다께에스」(무거) 「고바야시」(소림)등 지난해 세계대회 주전11명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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