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평 정원의 나무와 꽃 손수 가꾸며…|김동익<65·연세대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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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효창동3번지 남향기슭에 자리잡은 초하 김동식박사(65·연세대의대 명예교수)의 집에 들어서면『아, 굉장한 정성이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잔디가 깔린 마당주변에 서있는 나무들의 배치가 자연스럽다. 감나무·배나무·대추나무·해당화·영산홍, 그리고 그밑 담장옆에 숨켜진듯 서있는 아이리스.
우연히 그렇게 심어진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무들속에 색바랜 벽돌집이 있다. 김박사가 36년동안 가꾸어온 집이다.
김박사의 건강비법은 바로 이 나무와 꽃을 돌보는 것. 어려서 서당에 다닐때부터 어느곳에 가든 꽃만 보면 옮겨 심곤했다고하니 취미생활로는 60년이 넘는 셈이다. 단순한 취미를넘어서 김박사가 이 나무들을 대하는 자세는 마치 자식이나 제자들을 돌보는 듯하다. 한그루 한그루 구할때마다 에피소드가 있는 나무에 대한 애정 때문에 결혼후 이사 한번 하지 않았다. 2백평쯤되는 정원에 가득찬 나무는 수십종.
『마치 이상향에서 일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러니까 자연히 건강해질수밖에요.』
의사로서도 건강의 제일조건은 스트레스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김박사는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이 늘 유쾌할뿐만 아니라 운동량도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나무를 돌보는데 남의 손을 빌어본적이 없단다. 매일 아침6시부터 2시간동안 나무들을 돌본다. 마른 잎은 따주고, 잡초를 뽑으며, 낙엽도 줍고 때가되면 거름을 주고 월동준비도 손수 해왔다. 이제는 멀리서도 어떤 나무에 벌레가 생겼다는 영감을 가질 정도로 열중해왔다.
수십그루나 되는 나무가 매일 다른 느낌을 준다는 김박사는 그것들과의 대화속에서 자연이 지닌 뜻과 섭리를 배우고 그에따라 생활하니 세상살이가 즐겁단다. 그래서 호도 초하란다. 『꽃피우기를 안타깝게 기다리던 연꽃이 때늦게 봉오리하나를 맺었다』고 대견스러워하는 김박사의 표정이 마치 손자라도 본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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