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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성적 좋아도 안심 금지, 나빠도 자책 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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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이가 수학 1등급을 유지한 비결은 끊임없는 문제 풀이다.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내주는 과제를 풀며 유형을 쉽게 파악하고, 실전 실수까지 줄인다.

초등학교 5학년 말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하루 3시간을 수학에 투자했다. 방학이면 하루 5~7시간씩 수학 공부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고1 수학을 풀었다. 많이 힘들었고, 학원에서 뛰쳐나오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참았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남들보다 수학을 빨리 풀 수 있게 됐다. 올해 고3이 되는 서울 한양대 사범대 부속고등학교(이하 한양사대부고) 전교 1등 박서형(18)양 얘기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수학에서 1등급을 놓쳐본 적이 없다.

서형이는 “고등수학 과정을 여러 번 반복했더니 한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고 말했다. 많은 문제를 접하다보니 각각의 문제에 어떤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지 빨리 판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를 풀 때는 흐름을 중시한다. 문제를 풀다가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그 문제는 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정해진 양의 문제를 다 풀고 나서야 막혔던 문제를 다시 본다.

 그는 “수학은 제한된 시간 내에 실수 없이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며 “문제 푸는 페이스가 끊기면 안 된다는 걸 고2 2학기 때 알게됐다”고 말했다. 많은 문제를 한꺼번에 푸는 건 유형 파악에 좋다고 했다. 문제 하나를 잡고 이해할 때까지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전체 과정을 훑어보면서 문제를 풀면 이해되는 게 더 많다는 게 서형이의 경험담이다.

매일 꾸준히 외우는 영단어장과 영작문 노트. 교과서·교재·필기도구가 깔끔히 정돈된 서형이의 책상.

 지금도 서형이는 수학 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문제 풀이를 익히고 있다. 그는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내주는 숙제를 끊임없이 풀며 실전 실수를 줄여나간다”고 설명했다.

  서형이는 중학교 입학 후 첫 시험에서 전교 5등을 했다. 중2 땐 성적이 좀 떨어졌고, 중3이 돼서 처음으로 전교 1등을 해봤다. 그후엔 쭉 전교 1등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온 후엔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제외하곤 전교 1등을 지켰다.

 그에게 전교 1등의 비결을 물어봤다. “성격상 수업에 빠지는 거나 숙제 밀리는 걸 싫어해요. 초등학생 때도 열이 펄펄 끓는 날이 아니면 학교나 학원을 빠지지 않았어요.” 서형이의 답이다. 초등학교·중학교 땐 수련회가 끝나는 날도 학원에 갔고, 시험이 끝난 날에도 학원을 갔다. 같은 반 친구들이 한 명도 안 나온 날에도 그는 학원에 갔다. 어느 날은 학원 선생님이랑 단 둘이 수학 문제를 푼 적도 있다. 숙제 안 해서 혼나는 걸 싫어해서 밤이 늦더라도 숙제는 꼭 한다. “제가 시간 약속 딱딱 지키는 걸 좋아해요. 청소 시간에는 딱 청소를 해야 하는 식이죠. 이런 것들이 모여서 실력이 쌓인 것 같아요.”

 그가 꼽은 또 다른 1등의 비결은 하나에 집중하는 거다.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한다. 놀 때는 배구를 본다. 주말엔 배구 경기장을 찾는다. 그는 “배구 선수가 스파이크를 때리는 소리를 들을 때면 공부 스트레스가 저절로 해소된다”고 말했다. 그도 또래 친구들처럼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다. 특히 인기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성규의 팬이란다. 2~3분짜리 짧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인피니트 공연을 즐겨 본다고 한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1등의 비결이다. 시험이란 잘 볼 때도 있고, 못 볼 때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도 고1 2학기 국어시험을 망친 적이 있었다. 그때 국어 4등급이 나왔다. 교사와 친구들이 “국어 시험 못 봤더라”고 말을 건네는데 그냥 웃으며 “못 봤다”고 넘어갔다. “공부하면서 그런 기억을 계속 떠올리면 방심하거나 긴장감을 놓칠 수 있어서 아예 생각을 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국어는 서형이가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성적의 기복이 심하다. 그래서 국어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매일 문제를 풀되, 문학·독서·문법의 순서로 시간을 배분해서 투자한다. 문학을 제일 먼저 하는 이유는 제일 못해서다. 국어 공부는 학교에서 쓰는 EBS 교재를 많이 활용한다. 시험 범위이기도 하지만 수능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시험 땐 주교재와 부교재 모두 적어도 세 번은 반복해서 본다.

 지난해엔 교내 인문 동아리에서 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리바이어던’(토마스 홉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등 고전 서적을 매주 읽으며 친구들과 토론을 했다. 서형이는 “국어의 여러 지문을 속독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일부 내용은 다른 과목 시험의 예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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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형이는 영어에도 별 흥미를 못 느꼈다. 그러다보니 시험 준비도 버겁게 느껴졌다. 그는 “부족한 어휘력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이를 위해 “영단어 암기를 꾸준히 하면서 기본기를 쌓아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어도 영어도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단순히 성적이 낮단 이유로 학원을 다니기보다는 어떻게 과목에 흥미를 들일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영어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 최근 시도했던 건 지난 1월부터 시작한 ‘고교-대학 연계심화과정(UP·University-level Program)’이다. UP는 고교생이 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대입시 이를 학점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서형이는 삼육대에서 ‘영작문’ 강의를 들었다. “매일 영어로 에세이 한 편을 쓰고 발표했더니 글쓰기·말하기 실력이 자연스레 늘었다”며 “(대입시) 생활기록부에도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수학을 잘하는 서형이지만 전공 계열은 문과를 선택했다. 이과 수학까지 배운 그지만 진짜 좋아하는 과목은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모든 사회 문제의 바탕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부에 진학해서 사회 문제들을 해소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기여하고 싶다”는게 서형이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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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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