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넓어진 은행인사|예상밖 소폭이동으로 끈난 5개 시은의 주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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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큰 관심을 모으며 금융가에 풍성한 이야깃 거리를 제공해주던 5개 시은의 임시주총이 행장 전원 유임과 단 1명의 임원 경질이라는, 보기드문 소폭인사로 끝났다.
이번 주총만큼 많은 곡절과 화제, 또 주목속에 열린적도 드물 것이다.
개각·감독원강화·명성사건 등 은행인사에 변수로 작용할 소재가 워낙 많았었고, 올해가 마침 정부가 표방하고나선 은행자율화·민영화의 원년이어서 앞으로 있을 은행임원인사의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19일 하룻동안 일제히 열린 5개 시은의 임시주총은 「자율인사에 별다른 손색이 없었다」는 금융계·관계의 중평으로 결론을 맺었다.
○…당초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됐던 것은 이번에 초임을 다하는 한일·제일·서울신탁은 등 3개 시중은행장의 향방.
강경식 재무장관은 지난해 12월, 올 2월의 정기주총을 앞두고 개선대상임원의 명단을 적어들고온 시중은 행장들에게 『내가 왜 이 같은 명단을 보아야하느냐』며 다시 돌려보낸 일이 있었지만 은행장의 인사 만큼은 여전히 재무부의 의중에 있었고 이에따라 6.28이후 1년을 평가하는 재무부의 참 속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놓고 많은 분석과 소문이 오갔다.
○…그러나 정작 열쇠를 쥐고있는 재무부는 가장 최근까지도 「참뜻」을 정하지 못했었다는 후문.
부총리등·고위 경제관료를 중심대상으로 단행된 개각이 그 후속인사로 금융계에 영향을 미칠수가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겹친 은행감독원의 기능강화는 곧바로 금융계인사의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장에 앞서 일찌감치 유임이 결정됐던 모 국책은행장은 지난5월 강경식 재무장관으로부터 『이제 맡은 일을 그만큼 궤도에 올려놓았으니 다른 기관을 한번 맡아보면 어떻겠느냐』는 의사타진을 받고 이를 고사했다는 설도 있고보면 강재무도 일찍부터 은행장 인사를 놓고 오랜기간 이모저모로 신중하게 구상을 짜왔던 셈이라고 할수있다.
○…지난 6월말 강재무의 『은행장 퇴임은 없을것』이라는 뜻의 「진정발언」 이후에도 각 시중은행장들은 불안을 지워버리지 못하다가 가강 최근에야 어느정도 확신을 갖고 비로소 휘하 임원진에 대한 인사대권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차에 뜻하지않던 명성사건이 터져 금융가에는 다시 이번 주총을 계기로 인사 회오리가 닥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돌았으나 19일 주총에는 명성사건이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명성사건에 대한 문책인사보다 우선은 효과적인 수습이 더 급한 일이고 또 명성사건의 책임을 가려 문책인사를 단행하기에는 시간걱인 여유가 없었다. 금융계에서는 만일 문책인사가 있다면 검찰의 수사걸파가 나온 후에야 책임소재가 가려져 내년 2월 주총을 전후해서 인사가 단행되지 않을까 보고있다.
○…19일 주총을 하루이틀 앞두고는 5개 시은의 임기만료 임원 전원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주총 당일까지도 제일은행의 임원1명과 한일은행의 임원1명은 유동적이라는 말이 었었다.
제일은 이필선 행장은 막바지까지도 임원인사를 놓고 무척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결국 주총이 열리기 불과 1시간전에야 측근들에게 최병환 상무의 퇴임과 진학성 영업부장의 이사승진의 복안을 밝히며 이에따른 사무처리를 지시.
한일은행의 모상무는 지난해 이맘때의 은행가 「소문」도 있고해서 어떨까했으나 결국 유임으로 낙착됐다.
○…5개 시은중 제일·한일·서울신탁은은 은행장 자신이 임기만료라 누가 주총의장을 맡을 것이냐가 관심의 대상이 됐는데 서울신탁은만이 구기환 전무가 대신해서 의사봉을 잡았고 나머지 2개 은행은 행장자신이 직접 의사봉을 두드렸다.
한편 명성사건과 직접 관련된 상업은행의 주총만이 50분간을 끌었고 나머지 4개 시은은 한결같이 15∼25분만에 일사천리로 주총을 끝냈는뎨 상은 주인기행장은 명성사건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해명을 서두로 인사말을 끝낸뒤 안건처리에 들어가려했으나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해명요구가 잇달아 잠시 진행이늦어졌다.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권모 주주는 자신이 비록 3전주 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나 해방전부터 근 4O년간 주주생활을 해왔다고 소개한뒤 『명성사건의 잭임을 지고 행장이하 전 임원이 사퇴하라』 고 소리를 높이다가도 『예전 주총때는 술도주고 차비도 주고 했는데 요즘엔 기껏 담배 한갑이냐』 고 호통을 쳐 실소를 자아내기도.
주인기행장은 한두번 까지는 질문에 일일이 답했으나 명성에 대한 책임추궁이 잇따르자 『총회가 끝난뒤 행장실로 오면 자세히 답하겠다』며 의사를 진행시켰다.
주인기행장은 명성사건으로 상은이 손실을 안입느냐는 질문이 많이 나오자 『4개은행의 공동관리단 조사결과 명성의 자산은 국세청이 추산한 최고액 1천3백70억원을 넘는 것으로나타나 어떠한 경우에도 은행측이 손실을 보는 경우는 없을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2∼3년전부터의 총회꾼단속으로 의사진행을 늦추는 총회꾼이 사라진 대신 은행측에 적극 호응, 의사진행을 돕는 군소주주가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개인주주자격이라는 황모씨는 제일·서울신탁·상은등 3개 은행 주총에 차례로 나타나 종횡무진의 해박한 법률지식과 침착한 언변을 구사하면서 의사진행을 도왔다. <금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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