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청년 당당한 영화배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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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증후군 배우 강민휘씨(오른쪽)와 어머니 이경숙(45)씨가 하트를 그리며 "사랑해 민휘!"를 외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영화 '사랑해 말순씨'(11월 3일 개봉)에서 조연을 맡은 강민휘(24)씨는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다운증후군 장애우다.

올해 초 4년제 대학까지 졸업한 그는 이 영화로 '국내 첫 다운증후군 배우'로 데뷔했다. 일회성 출연이 아니다. 정식 오디션을 거쳐 전문 연예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당당한 직업 배우다.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강씨를 만났다.

강씨가 '끼'를 드러내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였다. TV만 보면 노래와 춤.성대모사를 했다. 여동생 설희가 피아노를 칠 땐 옆에서 플루트까지 불었다. 강씨는 중.고등학교를 졸업, 수능시험을 거쳐 천안 나사렛 대학에 지원했다. "면접을 보고 결정하겠다"던 교수님은 "얘, 멀쩡하네"라며 기꺼이 입학을 허가했다.

대학 3학년 때 여동생이 난소암으로 세상을 떴다. "오빠, 꼭 배우가 돼야 해!"라는 동생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학교 축제 때는 무대에서 힙합 춤을 추며 '캠퍼스 스타'가 됐다.

그러다 교수님의 제안으로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정식 오디션을 봤다. 노래와 춤, 플루트 연주와 덩크슛 흉내까지 낸 끝에 합격했다. 그리고 여덟 차례의 면접과 실습을 거쳐 이번 영화의 조역을 따냈다.

그는 다음달 힙합 그룹의 뮤직비디오에서 주연을 맡을 예정이고, 방송사 드라마 출연도 섭외 중이다.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강씨는 "주연 배우"라고 답했다. 영화 '제8요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1996) 다운증후군 배우 파스칼 뒤켄이 그의 꿈이라고 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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