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SLR클럽' 반대걸씨 "사진에 빠져 직장도 그만뒀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그때만큼 뿌듯했던 적이 있었을까. 인터넷 사진 동호회 운영자 반대걸(30)씨는 일본 올림푸스사에서 만든 'E-10'이란 카메라를 손에 넣었던 때를 잊지 못한다. 2000년 11월 200여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산 이 카메라는 전문가들이 쓰는 일안렌즈(SLR)방식이다. 너무 비싼 가격에 살까 말까 망설이고 또 망설였지만 카메라를 품에 안은 그는 세상 모두를 얻은 듯 기뻤다고 한다.

그는 곧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E-10사용자 포럼'이란 코너를 만들었다. 그곳에 자신의 작품을 올렸다. 카메라의 사용법과 촬영 강좌 시리즈도 실었다. 그가 쓴 디지털 카메라에 관한 정보는 전문가들조차 생소한 것들이 많아 곧바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사이트 방문객들도 자신의 작품과 의견, 독자적으로 수집한 정보 등을 게시판에 남겨 이 코너는 SLR카메라 동호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됐다. 그리고 5년이 채 안된 지금 이 코너는 회원 수 2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SLR 디지털 카메라 동호회로 성장했다.

'SLR클럽(www.slrclub.com)'이란 이름의 이 인터넷 사이트는 전문 분야 사이트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 중 방문자 수 순위 100위를 넘나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프로 못지 않는 기량을 가진 사진동호인들까지 배출되고 있다. 이 사진동호회는 카메라 업체들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한글과컴퓨터에서 워드프로세서를 만들었던 반씨는 대학 시절 학보기자를 하면서 사진에 빠졌다. 동호회가 커지면서 지난해에는 직장까지 아예 그만뒀다. 그는 자신의 사이트를 사진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광장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일안렌즈 카메라란=한 개의 렌즈만을 사용한다고 해서 일안(一眼)렌즈 카메라라고 부른다. 사진을 찍는 렌즈와 별도로 눈으로 피사체를 보는 창이 있는 범용 카메라와 달리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보고 그 모습을 그대로 사진에 담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에 찍히는 것의 차이가 없고 다양한 렌즈를 바꿔가며 쓸 수 있다.

글=왕희수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