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동기로 … 라이벌로 … 30년 한솥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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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세계 한솥밥 30년. 그리고 신세계의 주력 사업을 이끄는 두 사람.

㈜신세계의 백화점 부문 석강 대표와 이마트 부문 이경상 대표는 신세계 입사 동기다. 1975년 삼성그룹 공채 16기로 들어와 신세계에 첫발을 뗐다. 나이(56)도 똑같다. 이 두사람은 24일 신세계 창립 75주년 행사에서 '30년 근속상'을 받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치켜세웠다.

"관리통으로 치밀하고 합리적이다"(석 대표의 이 대표 평가), "영업통으로 도전적이고 감성적인 것이 장점"(이 대표의 석 대표 평가)이라고 다투듯 칭찬했다. 단점을 지적해 달라고 하자 "너무 일에 철저하다(이). 일만 하느라 유머 감각이 없다(석)"고 말했다. 서로의 장점을 꼬집듯 살려준다. 두 대표는 21일 근속30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났다.

두 대표는 입사 후 각각 영업과 관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비슷한 시기에 과장.부장.이사 등으로 나란히 승진했다. 석 대표가 2003년 백화점 부문 대표로 승진해 한 발 빠른 듯했으나 다음해 바로 이 대표가 이마트 대표가 됐다. 신세계 초년병시절에 관리부에 같이 일을 한 것을 빼곤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시 서로 어떻게 생각했느냐는 물음엔 "그때는 서로 일에 바빠 어떤 인물인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입사때 신세계는 그룹내에서 인기없던 회사였다. 실제로 두 대표가 써낸 희망회사 1.2.3 순위안에도 없었다. 당시 삼성그룹내 인기회사는 제일모직.제일제당.삼성물산 등이었단다. 30년 생활 동안 두 대표는 딱 한 번씩 "회사를 그만 둬야겠다"고 진지하게 고민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입사 1년쯤 됐을 때 매일 밤을 새는 등 일이 너무 힘들어 사직서를 낼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 '직장을 한 번 옮기면 어디서든지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는 선배들의 조언과 격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영업에 자신감이 붙을 무렵인 부장 시절, 외부의 솔깃한 스카우트 제의에 전직을 고려한 적 있다"며 "지금 생각하면 당시 얄팍한 경험을 내세워 너무 자신감 넘쳐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제 신세계에서 두 사람이 전문경영인으로서 넘볼수 있는 자리는 그룹의 대표 얼굴인 ㈜신세계의 사장직이다. 현재는 구학서 사장이 앉아 있다. "누가 먼저 그 자리에 올라갈 것같냐"는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이 대표는 정색을 하며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석 대표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우선이지 승진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한 적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두 대표는 서로를 상호 의존적인 관계라고 했다. 할인점과 백화점 부문의 강.약점이 서로 달라 전략적 아이디어를 상대방에게 얻는다는 것이다. 함께 운동을 자주 할 뿐 아니라 부인들도 서로 가깝다고 했다. 같은 동네(서울 반포동)에 살고 있어 주말에 가끔씩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같이 다. 석 대표는 고대 경제과, 이 대표는 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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