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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용산 시대 D-6] 모바일 안내로 즐기는 '12가지 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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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이와 주제에 따라 12가지 맞춤형 관람을 가능하게 한 '모바일 안내 시스템'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최첨단 IT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태성 기자

100배 즐겁게 보는 법

새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유물만 1만1000여 점이 넘는 공룡급 공간이다. 전시품에 눈만 맞추고 지나가도 11시간이 걸린다. 한 번에 다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일이 즐거운 관람의 으뜸이다. 두고두고 야금야금 감상하겠다는 긴 포석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알차게 보고 싶다면 세계에 내놓을 만한 '모바일 안내 시스템'이 있다. 연령.주제.시간.대상에 따라 개발한 휴대용 영상안내기(PDA)와 음성안내기(MP3 플레이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학예연구원이 따라다니며 설명해 주는 듯 전문적이면서 친절한 내용이 좋다.

예약을 한 뒤 박물관 안내소에서 기기를 받는다. 전시 유물 앞에 서면 이미지와 설명이 PDA 단말기에 뜨면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화면을 원하지 않는 관람객은 MP3 플레이어만 들어도 된다. 관람 코스는 일반.전문가.청소년.어린이로 나눠 12가지. 각자 사정에 맞춰 코스를 고르면 차량 내비게이션처럼 다음에 봐야 할 전시품 위치를 알려준다. 알짜 전시품만 간추려 보려면 1~2시간 코스도 있다.

추천할 만한 코스로는 박물관이 뽑은 100대 대표 유물을 보는 '명품 100선(2시간20분)', '명품 100선'을 반으로 줄인 '명품 50선(1시간20분)', 중.고교 교과서에 나오는 유물 100점을 관람하는 '수학여행 베스트 100선(2시간20분)'과 절반으로 줄인 '수학여행 베스트 50선(1시간20분)'이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40분짜리 '선사시대 속으로' '고대의 꾸미개' '조선의 멋 조선의 정신' '불교 미술 탐방'은 충실한 도록이 곁들여져 어른이 봐도 재미있다.

'모바일 안내 시스템'이 더욱 좋은 것은 '전시품 북마크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등록한 관람객이 필요한 자료를 입력하면 집에서 인터넷으로 받아볼 수 있다. 전시 안내문 앞에서 일일이 베껴 쓰고 사진 찍는 번거로움이 해결됐다. 이 시스템은 앞으로 관람객의 취향과 전시물에 대한 호응도까지 분석해 박물관의 과학적 운영에 쓰이게 된다. 이용료는 PDA 3000원, 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02-2077-9000.

동서로 길게 뻗은 동선을 단순화시켜 전시장 기능을 최대한 살린 서울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설계를 맡은 박승홍 정림건축 대표는 "조상의 얼이 서린 유물뿐 아니라 그 정신까지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김태성 기자

정재숙 기자

건축물 살펴보니
동서 400m … 화강석의 성채

본관 전시실 1층 통로는 '역사의 길'로 이름붙여져 10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북관대첩비와 국보 제86호인 경천사 10층 석탑 등이 설치된다.

동서로 길게 뻗어 마치 성벽처럼 보이는 건물. 기념비적인 외관이 신전 같은 느낌. 국립중앙박물관 외관에 대한 첫인상이다. 동서 길이 400m, 높이 40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 화강석으로 마감된 까닭이다.

박물관은 크게 동관과 서관으로 나뉜다. 동관에는 전시 기능이, 서관에는 연구.행정 기능과 극장이 배치됐다. 건물 가운데에 한옥의 대청 개념으로 설계된 열린 마당이 남북으로 틔어 있다. 박물관 진입부인 동시에 다양한 행사에도 이용되는 공간이다. 열린 마당 가운데 서면 남쪽은 고층 아파트로 전망이 막혀 있지만, 북쪽으로는 용산 미군기지 너머 남산 조망이 시원스럽다.

"선조의 유물뿐 아니라 정신까지 담아내는 그릇 역할에 충실하도록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설계를 담당한 정림건축 박승홍 사장이 설명한 설계 개념이다. 그는 "건물은 오히려 없는 듯 느껴지는 것이 성공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1995년 10월 박물관 국제설계경기에 당선된 이후 근 10년 동안 박물관 건설에 매달려 지냈다. 박 사장은 "설계에서 가장 고심했던 점은 '전통성 살리기'였다"면서 "한국적 아름다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공간의 조직.빛의 투영.질감.단순미 등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열린 마당에서 동관으로 들어서면 천창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원형의 으뜸홀을 만난다. 으뜸홀은 건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역사의 거리로 이어진다. 연한 살색 석회암으로 마감한 역사의 거리는 남북으로 고고관 등 51개의 전시실이 매달린 구조다. 돌로 된 벽면과 천창에 이르는 40m에 가까운 높이, 180m의 길이로 이루어진 역사의 거리는 장중한 느낌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또 언뜻 쇼핑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동선을 단순화시켜 대규모 전시 공간에서 쉽게 방향감을 잡아 주는 장점을 갖췄다.

서관에는 박물관 운영을 위한 사무실과 연구실 및 각종 공연을 위한 극장과 어린이 박물관, 식당이 배치됐다.

옥외 공간 조경도 많은 노력이 깃든 부분이다. 조경 설계는 서안조경의 정영선 대표가 맡았다. 서빙고로에 면한 정문에서 박물관 사이에는 거울못이라 이름 지은 연못이 배치되고 곳곳에 동산이 만들어졌다. 연못을 돌아 박물관 건물에 이르는 진입로 주변에는 석탑.석등 등의 유물을 전시된다. 정 대표는 "서빙고로에 면해 보행자들에게 친근한 건축적 표정을 가진 조경을 만들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신혜경 전문기자<hkshi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이런 즐거움은 '덤'
뮤지컬 한 편 보고 갈까
김홍도 우산 사서 갈까

박물관 안에 공연장이 마련되기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이다. 862석 규모의 극장 '용' 내부 모습.

박물관을 찾는 나들이는 전시품을 둘러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쇼핑과 식사의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공연 관람까지 보탰다.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대표 박형식)을 신설해 극장과 식음료 시설, 문화상품점의 운영을 맡았다. 재단에서는 공연은 물론 식당 예약까지 받는다(1544-5955).

◆ 극장 '용'=국립중앙박물관의 자랑 가운데 하나는 862석짜리 중형 공연장 '용((龍)'이 있다는 점이다. 동관 건물 1층의 국제 세미나나 강의를 위한 대강당(400석).소강당(200석)과는 별도의 극장이다. 오페라.콘서트.뮤지컬.실내악.연극.무용 등 거의 모든 공연 장르를 망라할 수 있는 다목적 홀이다. 교향악 연주회에 필수적인 음향 반사판도 갖췄다.

◆ 문화상품점=박물관 1층에 공예.문구.기념품.서적 등 1200여 종의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뮤지엄 숍이 3개 있다. 어린이 전문 문화상품점까지 합치면 매장 평수는 모두 230평이나 된다. 김홍도의 풍속도를 우산으로,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핸드백으로 만나 볼 수 있다. 60여 종의 생활용품과 장식품, 300여 종의 문화상품이 준비돼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서적도 다양하게 갖췄다.

◆ 식음료 공간=전시품을 관람하면서 시간 여행을 하노라면 어느새 다리가 아파온다. 카페테리아에서 차 한잔 하면서 안내책자를 읽는 것도 관람의 지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식음료 공간은 모두 8개. 서관 1층의 한식당'한차림', 거울못 카페 '아리수'(216석)가 대표적이다. 아리수에서는 자정까지 경양식과 와인을 판매한다.

전시동 양쪽에는 카페테리아 '미르뫼'(용산의 옛 우리말)가 두 곳 있다. 커피.김밥.우동.스파게티.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매표소가 있는 만남의 집에는 커피숍과 24시간 편의점이 있다.

전시관 3층의 전통찻집 '사유'에서는 인삼 셰이크.오미자 셔벗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식당 이름을 순 한글로 정하다 보니 아리수의 경우 남양주 등 한강변에 있는 레스토랑, 한강유람선과 타워호텔에 있는 한식당 이름과 겹친다. 관람 중 아리수에 가려면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등 불편하다. 관람객보다 산책을 위한 방문객을 위한 시설 같은 느낌을 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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