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0명 새 둥지 … 제주에 부는 3040 이주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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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이주한 정민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최충일 기자]

“유네스코가 인정한 제주의 산과 바다를 항상 품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울 토박이인 정민(42·제주시 외도동)씨는 2013년 4월 제주도로 이사를 왔다. 답답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다. 평소 서울 생활에 싫증을 느꼈던 정씨는 제주도로 내려온 뒤 지난해 11월 커피숍을 열었다. 가족들과 함께 이주할 마음에 대표로 있던 IT 기업도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그는 “아파트로 둘러싸인 삭막한 공간에서 벗어나 산과 바다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이주민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지역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1만1112명에 달했다. 1년 동안 인구가 473명이 늘어난 2010년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제주도 이주를 30~40대가 주도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에만 5924명이 주소지를 옮기면서 전체 유입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중에는 일자리를 찾아 제주를 찾은 사람들도 많다.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10살 미만 아동들의 순유입인구도 1838명에 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문화적 차이가 작고 창업이 쉬운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을 여는 경우가 많다. 제주 지역 커피전문점이 2010년 104곳에서 올해 700여 곳으로 늘어난 데도 이주민들의 창업 붐이 한몫했다.

 제주 이주 열풍은 외지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졌다. 도시 토박이인 안광희(44·서귀포시 남원읍)씨는 2013년 서귀포에서 귀농귀촌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제주 특유의 문화를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조합을 조직했다. 안 이사장은 “제주를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잘 적응하지 못해 맘고생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다”며 “제주 고유의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을 자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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