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고발한 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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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편이 잠들기를 기다리며 약국문을 닫고도 선뜻 4층 내실로 올라가지 못하는 심정.
남편이외출해서 술을 마시고 들어온다는 날이면 차라리들어오지 말아주었으면 하고 얼마나 마음 죄었던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것이다.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또 쉽게 사과하고…이런일이 연속되는 나날들.
부부싸움으로 치고 받고하는 사람들을 보느라면 차라리 부러운 마음까지든다. 참는것만이 최선의길일까?
우리는 부부싸움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남편을 위해서나 자식들과 나를 위해서나 더욱더 나쁜결과만을 가져온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부터 이런일은 정신의학적인 분야에서 취급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방면으로 시도해 본적이 있다. 그러나 시집식구의 반대로 중단되고말았다. 이런 사태로까지 발전하다니 안타깝기만하다.
『부인이 폭력남편 고발』-. 요란한 신문보도가 너무 놀랍기만 하다. 이번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교회 헌금」은 또무슨 말인가?
여러곳에서 나를 향해 쏟아지는 따가운 눈초리와 비난의 소리들. 세상은 나를 향해 「남편을 고발한 여인」이라고 돌질을 한다. 이번 일을 통해 함부로 남을 정죄·비판하지 말아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성경말씀에도 비판이 가장, 큰 죄라고 하셨다. 남의 입장에 서보지 않고는 남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이다.
10여년 약국을 경영하다보니 남편의 모진 학대에 소리없이 시달리는 불쌍한 여성들을 많이 본다.
하루도 마음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그들. 그 그늘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안타깝기만하다.
아내 학대하는 남편들은 자식들에게도 훌륭한아버지가 못된다. 어쨌든 이런 남편에게서 자식들을 떼어놓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확신도 생긴다.
집을 뛰쳐나오기 수십번. 이젠 어떠한 형태든 종지부를 찍어야겠다. 이러한 처지에있는 아내와 자식들을 근본적으로 구할수있는 방법은 없을까? 통곡하고 울부짖으며 호소하고싶다.
상처받고 소외된 여성들을 위해 조그마한 일이라도 하고싶은 마음뿐이다. 나를 단련시키심이 이때를 위함인지 누가 아는가. <서울동동작구흑석2동183의4>
허옥자 이글은 때리는 남편을 고발한 첫 번째 아내 허옥자씨의 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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