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에 펼져지는 이산가족의 아픔 동학∼4·19까지 다룬 『역사의강』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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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산가족의 현장이 연극무대에도 펼쳐졌다.
극단 한울의 여름무대 김창화작·연출「역사의 강」이 22일부터 문예회관대극장에서 공연되면서 전쟁으로 홀몸이된 5대에 걸친 여인네의 숙명이 무대에 올랐다
원형무대의 잇점을 잘살린 이번 작품은 동학농민군의 2차봉기가 모의되던 1894년을 시발로 4·19혁명까지 이어진다.
이는 마치 한편의 기록영화를 보듯이 동학혁명, 3·1운동, 6·25전쟁, 4·19혁명등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을 객관적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역사의 진행과 그 시대를 살아온 한 가정의 이야기가 병렬로 진행되는 이번 작품은 또한 나라가 처한 상황과 개인의 삶이 끊지못할 숙명적인 맥락을 드러내기도했다
극적 진행은 흑백기록사진과 내레이터의 등장, 그리고 내레이터의 서술이 동작극으로 형상화되는 무대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삼희를 중심으로 이산가족이 되었거나 남편이 전사하여 홀몸이 된 이 집안의 여인네들은 전쟁의 상흔을 철저하게 치러낸 인물들.
5대에 걸쳐 6명의 여자가 겪는 수난기는 전쟁이 빚어낸 현실이자 이산가족의 설움이기도하다.
그결과 동학혁명에서 4·19에 이르는 「역사의 강」은 「한맺힌 여인의 강」이 되어 다소 여성취향적 무대가되고있다
기록사진·내레이터·동작극등이 무대 시설을 분산시켜 전반적인 극적내용전개가 역사적 사건과의 당위성에서 부족한감을 엿보게하지만 창작극이 빈곤한 요즈음의 무대여건에서 대형무대로서는 드물게 젊은이들이 의욕적인 열의를 보여주고있다
고려대에서부터 연극활동을 해온 김창화씨가 작품을 쓰고 연출도 맡았으며 부인 예수정씨가 역사의 산증인이기도한 상희역을 열연한다.<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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